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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대북 인도적 지원, 정상회담에서 논의돼야 하는 이유 / 스티븐 린튼

등록 2018-04-24 18:09수정 2018-04-24 18:59

스티븐 린튼
유진벨재단 이사장

오는 27일 예정된 남북정상회담이 결실을 맺게 된다면, 한국인들은 오랫동안 고대해왔던 평화가 군사적 대결의 재앙적 위협을 대신하게 되는 날을 마침내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국제적 대북제재가 여전히 인도적 지원사업을 가로막는다면, 정상회담의 낙관적인 결실은 당장 죽음을 피할 수 없는 많은 북한 사람들에겐 너무 늦은 일이 될 수도 있다.

북한 내 다제내성결핵환자(여러 종류의 결핵약에 내성이 생긴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시점에서, 국제기구 글로벌펀드가 북한에서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 프로그램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은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결핵과 말라리아 같은 치명적인 전염성 질환에 대한 지원 축소나 종료는 수천명의 북한 사람들이 치료할 수 있는 전염성 질환에 헛되이 죽게 되는 상황을 방관하는 셈이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남북한 정부는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을 탈정치화하고 남북한 간의 안전하고 확실한 ‘인도적 지원 통로’를 확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아야 한다. 한국이 동포애 차원에서 도움이 절실한 북한 사람들을 위해 국제적인 인도적 지원사업의 기지가 된다면, 수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반도에 이득이 될 것이다. 북한 주민의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남북교류 사업을 활성화하는 일이야말로 한반도 평화를 지속시키는 데 필요한 신뢰구축의 길이기도 하다.

유진벨재단은 일회용주사기를 선적할 수 있지만, 다제내성결핵 치료에 필요한 수백가지 물품은 대북 수송이 불가능하다. 더 많은 환자를 등록하기 위해 12개 치료센터의 환자병실을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 제재는 더 강화되고 있다. 국제적으로 공인된 지침에 따르면, 음식, 의약품, 보호시설과 기본적인 필수물품들은 제재 면제 대상이지만 거의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북 인도적 지원을 축소하고 제한하는 대북제재는 계속되고 있다.

인도적 지원이 투명하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행된다면 정치적 고려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 보편적 원칙이다. 한국 정부는 글로벌펀드와 같은 국제기구들이 대북지원 사업을 종료하기보다는 확대할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공여국으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실제로, 대북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관들이 한국에서 환영받고, 남북한을 잇는 전용 통로를 통해 한국으로부터 물품들을 구입하고 선적할 수 있다면, 지금의 인도적 지원 위기는 종료될 것이다.

한국 정부의 이런 의지는 북한 사람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북 인도적 지원사업에 대한 주도권을 한국인들이 가질 수 있다. 유진벨재단과 글로벌펀드를 합쳐도 북한 내 다제내성환자의 20%만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한국 정부가 선도하는 결핵퇴치 사업은 다제내성결핵으로 진단받은 북한 내 모든 환자들이 양질의 약품에 접근할 수 있고 완치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해줄 것이다.

결핵약과 병실 자재의 구매와 선적과 같은 인도적 물품의 지원방식을 ‘한국화’하는 일이야말로, 한반도 긴장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심이 단순한 전략적 목표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포괄적인 것이라는 점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길이다.

최세문 유진벨재단 이사
최세문 유진벨재단 이사

마지막으로, 한민족이 마음속에 공동의 바탕을 찾아내고 신뢰를 구축하는 일은 한반도에서 인도주의적 위기뿐만 아니라 안보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책이다. 정상회담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포괄적인 인도적 지원사업 전략에 대한 합의가 없다면, 한민족은 질병 퇴치에만 수십년이 걸리는 전염성 질환의 대유행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는 인도적 대북지원 사업이 다가올 정상회담에서 우선적으로 논의해야 할 어젠다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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