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김성태 폭행범과 아버지 / 김태규

등록 2018-05-08 17:53수정 2018-05-08 19:14

김태규
정치팀 기자

세상에 ‘맞아도 싼’ 존재는 없다. 나와 생각이 달라도 손이 먼저 나가선 안 된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폭행은 어떤 이유에서건 정당화할 수 없다.

김 원내대표의 턱을 왼손으로 가격한 30대 청년 김아무개씨는 현장에서 제압됐고 경찰에 넘겨졌다. 김씨가 연행되는 과정에서 “횡설수설했다”고 모든 뉴스는 전했다. 그러나 현장에 있던 한 시민이 촬영한 3분19초짜리 페북 라이브 동영상을 보면 그의 범행에는 뚜렷한 동기가 있었다. 김씨와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이 벌인 설전을 그대로 복기하면 다음과 같다. (김씨는 ‘김’, 자유한국당 당직자는 ‘당’.)

김: 솔직히 말해서 자유한국당….
당: 야, 시끄러워! 야, 자슥아!
김: 저는 원래 새누리당 팬이었습니다. 근데 자유한국당….
당: 조용히 하라니까!
김: 이명박, 박근혜 ×××, ××××들, 나는 정말 싫어!
당: 그러면 김정은이 좋냐?
김: 이 ×××아. 김정은이 왜 좋아? 대한민국이 좋지. 김정은이 지금 마음을 바꿨잖아. 그럼 국회 비준동의를 해줘야지!
당: 야, 고모부 죽이고 형 죽인 ××가….
김: 이승만은? 이승만은? 4·3 사건은? 이승만 4·3 사건은, ×××야?
당: 이승만 때문에 대한민국이….
김: 닥쳐! ×××아!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폭행한 신원 미상의 남성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5일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농성 중인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를 폭행한 신원 미상의 남성이 자유한국당 당직자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제공
그의 일갈은 내 아버지의 요즘 정서와 유사했다. 4·27 남북정상회담 다음날 팔순의 아버지를 뵈었다. 과묵하신 아버지는 반주를 몇잔 들이켜고 입을 열었다.

“이번에 자유한국당 보면… 정상회담을 어떻게든 깎아내리려는 유일한 집단이 자유한국당이야. 나는 정말 6월13일부터 새로운 인생을 살 거야.”

이명박·박근혜를 찍어 대통령으로 만든 그였다. 그러나 그들의 범죄를 접하고 그 선택을 후회했다. 그래도 아버지는 자유한국당에 미련이 있었던 것 같다. 적어도 남북정상회담 이전까지는. 그리고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정상회담 성과를 힐난하기 전까지는. 자유한국당에 대한 깊은 실망감에 김씨는 김 원내대표에게 주먹질을 했고, 아버지는 ‘지방선거일부터 새 인생을 살겠다’고 선언했다.

아버지의 다짐을 접하니 딱 1년 전 일이 생각났다. 5·9 대선이 문재인-안철수 양강 구도로 재편된 그때 아버지는 내게 누구를 찍어야 하느냐고 물었다. “반기문을 찍으려 했는데 반기문이 사라지니 요즘은 안철수한테 마음이 간다”고 했다. 아버지는 “문재인은 북한과 너무 친해서 불안하다”고 했지만 난 “북한과 친해야 나중에 대화도 된다”고 조언했다. 아버지는 아들 말을 들었다.

좌우로 결집된 견고한 지지층 외에 중도층, 부동층의 마음을 사야 선거에 이길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자 대결에서도 40%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된 건 아버지 같은 보수층의 지지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지방선거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당이든 집토끼는 지키고 산토끼를 잡아와야 한다. 그러나 자유한국당 홍 대표는 중도층은커녕 보수층의 마음을 들여다볼 생각도 없는 것 같다. “세상이 미쳐가고 있다”며, 자유한국당을 지지하지 않는 다수의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있다. 헤어지자는 연인에게 눈물 흘리며 ‘다시 내게로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게 아니라 되레 욕지거리를 한 바가지 퍼붓는 격이다.

아버지는 한번 아닌 것 같으면 뒤도 안 돌아보는 성격이다. 6월13일이 다가오고 있다. 자유한국당으로서는 정말 큰일이다.

dokbu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