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네트워크 대표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의 환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던 차에, 한반도 정세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북한은 5월16일 한-미 공군훈련 ‘맥스 선더’를 문제 삼으면서 남북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통보했다. 같은 날 대미 협상의 산증인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비난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황한 청와대는 북-미 양쪽에 상호 존중과 역지사지를 촉구하면서 중재자 역할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건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다. 북한은 미국 못지않게 한국에도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북-미 갈등 중재 못지않게 남북갈등을 푸는 데에도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 중심에는 판문점 선언 이행이 자리 잡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맥스 선더’는 판문점 선언에 대한 남북 양쪽의 해석상의 차이를 드러냈다. 북한은 “남조선 당국과 미국은 력사적인 4·27선언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대규모의 련합공중훈련을” 벌여놓았다고 반발했다. 반면 한-미 양국은 맥스 선더는 연례 방어 훈련이고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및 군사적 긴장완화는 판문점 선언 이후 다양한 회담을 통해 다뤄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는 예고편에 지나지 않는다. 가령 판문점 선언에는 “단계적 군축”이 포함되었다. 이 조항은 정부가 준비해온 국방개혁 2.0과 정면충돌할 소지가 크다. 국방개혁의 요체는 국방비를 대폭 늘려 대규모 전력 증강을 꾀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이 계획의 골자를 유지하면서 확정 짓는다면 “단계적 군축”을 강력히 요구해 이를 포함시킨 북한의 반발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더 중대한 문제도 있다. 판문점 선언에서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종전선언은 “올해 안”이 목표라고 했고, 평화협정 체결은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로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여기서 핵심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평화협정 체결은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 설정하는 것”에 북한도 동의했느냐는 문제다. 현실적으로도 중요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종전선언과 정전체제의 ‘불편한 동거’가 바로 그것이다. 올해에 종전선언을 하고 “비핵화 마지막 단계에 평화협정을 체결”한다는 정부의 로드맵 사이에는 낙관적으로 봐도 2년 안팎의 시간차가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사이에 어떤 악재가 발생할지 아무도 모른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평화협정으로 직행하거나 종전선언과 시차를 최소화해야 한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 합의를 이룬다면 확실한 안전보장을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65년째 정전체제가 이어진 한반도에서 평화협정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상호 간의 안전보장 방안이자 “완전한 비핵화”를 촉진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평화협정을 이렇게 빨리 체결할 수 있느냐는 반문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창의적인 대안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가령 2단계 평화협정을 생각해볼 수 있다. 1단계로 올해 안 가능한 이른 시기에 기본(혹은 잠정) 협정을 체결하고, 2단계로 부속합의서 형태로 기본 협정 체결 이후 하나둘씩 합의하는 것이다. 5월22일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 회담의 핵심 의제는 바로 ‘연내’ 평화협정 체결이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난마처럼 얽히고설킨 한반도 문제를 풀 수 있는 ‘신의 한 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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