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기본소득 실험 설계자인 올리 캉가스는 최근 서울을 찾아 “기본소득 실험 결과는 2020년에야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캉가스 제공
핀란드가 2017년 1월부터 시행해온 기본소득 실험을 2019년 1월로 끝낸다. 이 사실을 놓고 최근 조·중·동 등 몇몇 언론이 “기본소득 실험 실패”라는 판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이 실험을 설계한 핀란드 사회보험원의 올리 캉가스 연구책임자는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2020년에야 실험의 최종 결과가 나온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실패란 보도는) 가짜뉴스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기실 이 실험을 톺아보면 국내 언론의 판정이 섣부른 것임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최종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핀란드의 실험을 두고 적어도 기본소득이란 잣대로 실험의 실패를 논하는 것은 난센스에 가깝다. 같은 잣대로 성공이란 평가를 하는 것도 실험의 실체와 한계를 볼 때 위험하긴 마찬가지다.
사회보험원 연구진은 애초 이번 실험을, 기본소득이 근로 동기를 일으키는지, 다종다양한 소득보장 프로그램의 통합 효과가 있는지 등 여러 목표를 갖고 설계했다. 하지만 설계는 중도우파 정부에 의해 변경돼 진행됐다. 예산 등의 이유로 실험기간이 2년으로 줄었고, 대상 집단도 저소득층에서 실업자들로 국한됐다. 표본 수도 2천명으로 줄었다. 실험 목적 또한 재취업을 하더라도 지속해서 실업급여를 주는 경우의 효과를 측정하는 데 더 주안점을 두었다.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같은 액수의 현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 점에 비추어 보면 핀란드의 실험은 기본소득의 몇 가지 측면을 살필 수는 있어도 기본소득 실험의 성패를 말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일부 학자는 “실업급여 실험이라는 게 더 타당하다”는 평가마저 내린다. 그렇다고 이 실험이 의미 없는 건 아니다. 국가 단위에서 이뤄지는 사회정책 실험이란 점과 함께, 기본소득의 원리를 정책에 가미했을 때 나타나는 효과 등을 두루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창곤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장 겸 논설위원 g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