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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병역거부자 대체복무제 무르익었다 / 노청한

등록 2018-05-21 18:37수정 2018-05-21 19:00

노청한
사회복지사

지난 15일은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이기도 하다. 이날 국가인권위원회는 ‘병역의 의무와 양심의 조화를 위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본인의 경험과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을 시작으로 독일의 대체복무제 도입 경험과 운영을 소개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로 국제사회의 비판에 직면한 우리 정부에 대체복무제 도입도 적극 촉구했다.

현직 부장판사는 “잇따른 하급심 무죄 판결은 사법 혼란 야기라고 볼 것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소수의견과 동일한 맥락에서 인권보호를 요구하는 사회적 정치지형이 반영된 것”이라고 풀이했다.

토론회 두번째 세션에서는 군복무보다 길더라도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가정은 엄정한 심사와 중한 벌칙이 따른다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오히려 대만처럼 군 인권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학계와 연구자의 발표가 있었다. 대체복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도 방안이 제시됐고, 현역 군복무 기간에 비해 지나치게 긴 대체복무제는 또 다른 징벌이라는 의견까지 나와 이번 토론회는 대체복무제 도입 필요성에서 더 나아가는 사회 분위기를 대변했다.

토론회 개최 하루 전날인 14일에 수원지법 평택지원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양심적 병역거부자 4명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모든 국민은 대한민국을 수호해야 할 국방의 의무를 지고 있다. 다만, 반드시 무기를 들고 싸우는 것만이 국가를 수호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 아님을 우리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며 “진실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쓴 택시운전사가 민주공화국을 수호했다”고 적시했다. 국방의 의무를 넓게 해석하며 5·18 민주화운동의 택시운전사 사례를 든 것이다.

판결문은 이어 “병역법에서 규정하는 입영 불응의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를 포함하지 않는 것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법치의 혜택에서 배제하고 그들에게 존엄과 삶을 보장해 주지 않는 결과를 초래, 헌법 제1조 1항의 민주공화국 원리에 반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명시했다. 피고인들의 병역거부가 병역법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몇번이나 다시 봤던 영화 <핵소 고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 전투에서 무기 없이 75명의 부상병을 구한 의무병 데즈먼드 도스를 주인공으로 한 실화이다. 적을 죽여야 하는 집단의 가치관과 “살인하지 말라”는 종교적 신념, 개인의 가치관이 정면으로 충돌하지만 영화는 ‘양심의 자유’ 쪽으로 기운다. 한국전쟁 직후 총 대신 수많은 한국인을 의술로 살린 존 콘스도 영국의 병역거부자였다. 그는 2013년 한국 정부로부터 수교훈장도 받았다.

수감된 병역거부자들이 ‘10급 공무원’인 듯 힘겨운 교도소의 업무를 도맡아 ‘곱빼기’로 대체복무 역할을 하고 있다는 교도관의 증언도 있고, 민주화운동을 하다 감옥살이를 한 정치인들도 함께 복역했던 병역거부자들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대체복무제 도입 여론이 점차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 교도소에서의 징역 대신 요양시설, 장애인시설 등 사회복지 분야에서 이들이 빛을 발한다면 국가적, 사회적으로도 큰 힘이 될 것이다. 병역거부 공론화가 20년 가까이 된다. 오늘도 양심적, 종교적 병역거부자와 그 가족, 수많은 국민이 헌법재판소의 3번째 위헌 심판 결정과 국회의 병역법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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