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2002년 대선이 한창일 때 추미애 새천년민주당 의원은 잠시 당무를 거부했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의 ‘단일화 추진’에, 경선으로 뽑은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저항한 것이다. 노무현도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 등의 ‘흔들기’에 진저리를 냈다. 당시 노무현을 따로 만난 일이 있다. “난들 어쩌겠소. 국민이 원한다는데.” 이런 말도 했다. “진정한 승복이 뭔지, 내가 제대로 보여주겠소.” 정몽준으로 돼도 전력 지원 하겠다는 다짐, 지지율 좀 빠진다고 자신을 흔들어댄 의원들에 대한 분노가 뒤섞였다. “하루 밤낮이면 천하가 세 번은 바뀔 수 있으니 두고 봅시다”라고 말을 맺은 그는 정말 반전을 이뤄냈다. 대선 전날 정몽준이 단일화를 파기했지만 극적으로 승리했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대전시장, 충북지사, 평택시장, 광주 서구청장 선거 등에서 단일화 논의가 한창이다. ‘여당 견제’가 명분이다. 탐색전이 치열한 ‘안철수(바른미래당)-김문수(자유한국당) 단일화’가 최대 관심사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밀리는 선거판을 뒤집자는 셈법이다. 김문수 후보는 “공통점은 별로 많지 않다”면서도 “못할 게 없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이미 추세는 만들어졌다”고 했다.
단일화는 대개 야당의 승부수였다.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 앞서 1997년 대선에선 ‘디제이피 연합’이 성사됐다. 신한국당에 견줘 열세였던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는 이념과 지향이 다른 김종필 자유민주연합 총재에게 총리직 보장, 공동정부 구성, 내각제 개헌까지 약속하며 단일화를 이뤄냈다.
안철수 후보는 이미 두 번의 단일화를 경험했다. 2011년 서울시장, 2012년 대선후보 단일화. 박원순 시장, 문재인 대통령에게 연거푸 ‘물러섰던’ 아픈 기억을 지닌 그가 이번엔 어떤 단일화를 이뤄낼까. 선거 결과도 자못 궁금하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