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기 30년 전에 쓴 자서전의 이름은 ‘거래의 기술’이다. 거래의 기술을 갈고닦아온 것이 자신의 40여년 삶이었다는 고백이다. 이 야심만만한 사업가에게 거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자서전 첫머리가 알려준다. “나는 거래 자체를 위해서 거래를 한다.” 마치 예술가에게 예술 창조가 목적인 것과 같이 거래 자체가 목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업가는 말한다. “거래는 나에게 일종의 예술이다.”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시인이 시를 쓰듯이 자신은 거래를 통해 예술 행위를 한다는 말이다. 거래 자체가 목적이고 예술이라면 거래가 꼭 사업상의 거래일 필요는 없다. “나는 뭔가를 거래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큰 거래일수록 좋다.” 이 말은 자서전 마지막 줄에서 거듭 변주된다. “나는 다시 거래, 큰 거래를 할 계획을 세울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큰 거래는 정치적·외교적 거래가 아닐까. 그것이 트럼프가 대통령 자리에 도전한 이유일 것이고, 북한과 세계사적 거래에 나선 이유일 것이다.
트럼프는 이 책에서 자신이 고수하는 11가지 사업 원칙도 이야기하는데, 이 원칙들에서 북한과 협상할 때 어떤 전략을 쓰는지 엿볼 수 있다.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는 원칙은 트럼프가 말끝마다 ‘협상이 잘 안 되면 자리를 차고 나올 것’이라고 하는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사업을 게임으로 만들라’는 원칙은 북-미 정상회담을 취소하고는 ‘누구나 게임을 한다’고 말한 데서 확인된다. 그러나 게임을 즐기는 것이 트럼프의 목적은 아니다. 마지막 장에서 트럼프는 이렇게 말한다. “결국 우리는 얼마나 많은 거래를 하느냐보다는 무엇을 성취했느냐로 평가받는다.” 트럼프는 성취 지향형 인물이다. 최악의 경우를 대비하고 거래를 게임처럼 풀어가지만, 끝에 가서는 성과로 평가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북-미 정상회담이 트럼프 스타일에 어울리는 결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해봄 직하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