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AGE1%%] 박점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들기 집행위원
경남의 한 제조업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직원 200명의 중소기업. 월급은 적었지만 상여금 700% 때문에 버텼다. 격월로 상여금 100%, 추석과 설에 50%를 받았다. 5월 초 노사협의회. 회사는 최저임금이 많이 올라 상여금을 삭감하자고 했다.
노조 없는 회사, 그는 직장갑질119에 문의했다.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바꾸는 상여금 삭감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으로 노동자 과반 동의가 필수라고 했다. 모두 모인 자리에서 변경 내용을 설명하고, 사용자가 나간 후 노동자들끼리 토론해 과반이 동의해야 한다고 했다. 직원을 따로 불러 서명을 받으면 무효라는 것도 배웠다. 노사협의회에서 진통을 겪다 최저임금 인상 전으로 상여금을 동결하고 복지수당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안도하고 있었는데 설마 했던 최저임금법이 5월28일 국회를 통과했다. 한정애 의원 고백처럼 22만원 올려주고 20만원 빼앗는 법. 다음날 그는 “취업규칙 변경도 쉬워진 마당에 5월 합의한 부분은 어찌 되는 거냐?”는 편지를 보냈다.
회사 태도가 돌변했다고 했다. 뻔했다. ‘의견청취’를 거쳐 상여금 600%를 매달 지급으로 바꾼다. 재직자에게만 주거나 월 ○○일 이상 근무한 직원에게만 주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아 연장수당도 안 오른다. 최저임금이 1만원이 돼도 연봉은 3천만원 그대로다. 직장갑질119는 “노조를 설립해 단체협약으로 임금 삭감을 막아내는 방법밖에 없다”고 보냈다. 6월1일 답장이 왔다 “노조 설립하고 싶습니다. 문디 같은 법안 때문에ㅠㅠ 솔직히 자를까 봐 걱정도 됩니다. 괜찮을까요?”
“사업주들 브라보 외칠 듯요”, “최저임금 올리고 웬 통수지?”, “환노위를 폭파하고 싶음”, “최저임금법 통과되자마자 작업 들어오네요”, 직장갑질119에 올라온 글이다. 새해 벽두부터 쏟아진 최저임금 제보. 직장갑질119는 노조가 없는 회사원들에게 ‘노동자 과반 동의’를 강조했다. 용기를 내 ‘불이익 변경’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하나둘 늘기 시작했는데, 한국당과 결탁한 민주당이 한방에 날려버렸다.
“민주노총이 너무 고집불통이다. 양보할 줄 모른다”(홍영표), “박근혜 정부 때처럼 민주노총 본부가 털리고, 위원장이 구속돼서 무서워서 아무 말도, 아무것도 못하던 시기가 아니지 않으냐”(청와대 행정관). 높은 지지율에 취한 정부여당의 오만과 독선이 점입가경이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오죽할까?
2004년 총선에서 압승한 노무현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그랬다. 권력에 취하자 가난한 직장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2년이 되기 전에 해고당하는 비정규직법을 반대하자 노동계를 ‘귀족노조’로 몰았다.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이목희 전 열린우리당 의원은 “어떤 헤라클레스도 신자유주의 세계화 물결은 막을 수 없다”며 한나라당과 야합해 악법을 통과시켰다. 노무현 정부는 재벌 손을 잡았고, 국민들은 열린우리당을 버렸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참여정부가 서민들의 삶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뼈아픈 비판을 받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4년 11월 영화 <카트> 시사회에서 한 말이다. 그런 문 대통령이 ‘최저임금 강탈법’에 서명했다.
“박근혜가 퇴진하면 제 삶이 나아질까요? 저는 이대로 20년 30년 살라고 하면 못 살겠습니다.” 2016년 12월 경남 창원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서 최저임금 받는 스물네살 전기공의 외침이다. 재벌 금고는 건드리지 못하면서 가난한 직장인 호주머니만 노리는 정치라면 박근혜와 뭣이 다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