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이 18일 자유한국당 ‘중앙당’ 해체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 송경화 기자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0년 4·13 총선에서 새천년민주당이 참패했다. 공천을 받기 위해 ‘386 정치신인’조차 실세 권노갑 최고위원의 평창동 집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민심은 무섭게 변했다. 막 재선이 된 천정배·신기남·정동영 의원이 정풍운동의 깃발을 들었다. 정동영 의원은 12월2일 청와대 만찬에서 “당이 대통령 특정 측근 중심의 비선으로 움직인다”며 김대중 대통령 면전에서 ‘권노갑 2선 후퇴’를 요구했다. 송영길·이재정·정범구 의원 등 초선들도 청와대에 당정쇄신 건의서를 내며 힘을 보탰다. 보름 만인 17일 권노갑 최고위원이 사퇴했다. 민주당은 상향식 대선후보 경선을 도입했고,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정권을 창출했다.
자유한국당이 6·13 선거에서 궤멸하자, 정종섭 등 초선 의원 몇몇이 중진 퇴진을 요구했다. 그런데 역풍이 더 거세다. 박근혜 정부와 홍준표 대표 시절 호의호식하던 이들이 정풍운동을 외칠 자격이 있냐는 것이다. ‘역대급 철판’ ‘노회한 초선’이라는 비아냥에 입을 닫았다.
지난해 5·9 대선 참패 뒤 자유한국당에선 초·재선이 정풍운동에 나설 때라는 얘기가 나왔다. 별 호응이 없었다. 홍준표 대표가 주도한 당 혁신위에서 친박 좌장인 서청원·최경환 의원에게 자진탈당 권고를 내렸지만 유야무야됐다.
항상 실패한 건 아니다. 한나라당 시절인 2003년 9월 남경필·원희룡·정병국 의원 등은 ‘5·6공 출신과 영남 중진 퇴진’을 외치며 세대교체의 불을 지폈다. 결국 최병렬 대표를 사퇴시키고 중진 60여명을 물갈이했다.
이번엔 성공할 수 있을까.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은 18일 ‘자유한국당 중앙당 해체’를 선언했다. 당직자 전원의 사퇴서 수리도 공언했다. 그런데 당을 망친 국회의원들은 놔두고 왜 당직자 목만 치냐는 비판이 쏟아진다. 여전히 제 밥그릇이 우선이다.
신승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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