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회과학대학 학장 우리가 매일 언론에서 마주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문제는 무척 다양하다. 청년실업 문제, 빈부 격차와 사회 양극화, 저출산 및 고령화, 그리고 저성장 시대의 출구 전략 등 구조적인 문제를 탐구하고 장기적으로 해결방안을 추구해야 할 이슈가 대부분이다. 한국 사회의 현상을 냉철하게 진단하고 처방을 내는 사회과학의 중요성이 다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과학 교육과 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부족하다. 대학 교육은 취업이나 실용 과목으로 쏠리고 있고, 사회과학 계열 학생들의 취업 역시 막막하다. 전공 석·박사 과정생들의 생활고도 문제다. 안정적인 환경에서 연구할 풍토가 턱없이 부족하다. 무엇보다 장기적, 체계적 관점에서 사회과학 교육과 연구를 바라보지 않아서다. 우리나라에도 사회과학 분야에 대한 중장기 지원책이 없는 것은 아니다. 2010년부터 정부가 추진해온 ‘사회과학 연구지원 사업’(SSK)이 그것이다. 정치·경제·사회 등 사회과학 분야에 초점을 맞춘 거의 유일한 정부 지원 연구사업이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의 해결이나 향후 제기될 다양한 사회 이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실제 정책에 기여하고자 하는 것도 이 사업의 주요 목적이다. 그간 이 사업을 통해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었고 관련 연구 인력이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문제는 SSK 사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지원 규모가 과학기술 분야에 비해 현저히 적은데다 그마저도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사업 지원 예산 규모는 2010년 120억원으로 출발해 2012년 259억원, 2014년에는 297억원으로 크게 성장했지만, 2016년부터 줄기 시작했다. 올해 예산도 전년도의 277억원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사회 혁신의 흐름은 새로운 사회과학적 시각과 연구를 요구하고 있다. 새롭게 대두되는 인간과 기계의 공존, 삶의 질 향상이나 사회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 인공지능과 새로운 일자리 문제, 빅데이터를 이용한 사회이슈 탐구 등의 다양한 문제는 과학기술뿐 아니라 사회과학적 시각으로도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지금 사회과학 연구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강화되어야 하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SSK 사업에 선정된 연구 과제들을 보면 4차 산업혁명 등 사회적 변화와 혁신이 미칠 영향, 인공지능 등 융합 기술과 사회과학의 역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드러난다. 그래서 새로운 연구의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사회과학 연구지원 사업으로는 거의 유일한 SSK 사업의 예산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문제다.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자들은 매년 정량 평가지표를 맞추기 위해 논문 투고와 출판 등에 진력을 다해왔는데,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등 새로운 사회의 변화에 관한 연구를 시작할 여력이 없다고 걱정한다. 정부는 지난해 ‘정부 연구개발(R&D) 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에서 4차 산업혁명 대응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천명하며 과학기술 기초체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대대적인 연구개발 지원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지원 계획에 인문사회 분야에 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변화하는 시대에 대두되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과학 분야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이 축적되어야 한다. 사회과학 분야의 교육과 연구는 민간 부문에서의 지원 및 투자가 어려워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사회과학 연구를 통해 다양한 사회 변화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과실’을 국민이 맛보기 위해서는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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