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3월의 포스터 한 장. 미국 남자 ‘엉클 샘’은 “괭이를 준비하라”고 외치며 서머타임의 시작을 알린다. “추가 시간을 활용해 100만t의 석탄을 아끼자” “전쟁에서 승리하는 데 보탬이 되자”는 문구도 있다. 서머타임은 정해진 기간 동안 기준 시간을 한 시간 앞당겨 사는 사회의 약속이다. 애초 따뜻한 달에 저녁 햇살까지 짜내 일하자는 취지였다. 미국은 해마다 3월 둘째 일요일부터 11월 첫째 일요일까지 서머타임을 적용한다.
유럽에선 독일과 오스트리아가 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6년 기준 시간을 1시간 당겼다. 석탄을 비축해 공습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영국·네덜란드·덴마크 등에서 잇따라 도입했다. 유럽에선 매년 3월 마지막 일요일부터 10월 마지막 일요일까지, 남반구인 오스트레일리아는 10월 첫 일요일부터 이듬해 4월 첫 일요일까지 서머타임을 시행한다. 요즘은 낮 시간을 늘려 일과 후 개인의 쉼을 보장한다는 장점이 부각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서머타임 영구 폐지를 놓고 5일부터 새달 16일까지 여론조사를 벌이고 있다. 치안이 유지되고 에너지를 아낄 수 있다는 찬성 의견과, 생체리듬이 깨진다는 반대 의견이 팽팽하다. 지난해 핀란드 시민 7만여명은 수면장애와 업무능력 저하를 이유로 서머타임을 폐지하라는 청원을 유럽의회에 제출했다. 핀란드처럼 고위도 지역에선 어차피 겨울에 해가 뜨지 않고 여름엔 해가 지지 않아 별반 차이가 없다. 그럼에도 폐지론자들의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때마다 시곗바늘을 움직이는 일이 너무 귀찮다는 것이다.
한국도 서머타임을 시행한 적이 있다. 1948~1951년과 1955~1960년엔 미국의 영향으로, 1987~1988년에는 서울올림픽 중계방송 때문이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서머타임제 도입을 검토했다가 반대 여론에 부닥쳐 철회했다. 당시 정부가 내건 이유는 ‘가족 문화의 활성화'였다.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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