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최근 대학에서 있었던 두 가지 사건을 보자. 첫째, 지난해 불거진 서울대 사회학과 H교수 건이다. 서울대 인권센터 조사 결과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쓰레기다”, “정신이 썩었다”, “너는 좀 맞아야 해” 등의 폭언을 했고 자신의 집 냉장고 청소나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정기적으로 시켰으며 “남자 없이 못 사는 여자가 있다는데 쟤가 딱 그 케이스다”라는 성희롱적 발언도 했다. ‘갑질’의 이념형(ideal type)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만한 그는 대학 징계위원회로부터 정직 3개월을 받았다. 둘째, 올봄 포항의 한동대학교는 페미니즘과 동성애 등에 관한 강연회를 열었다는 이유로 학부생 S에게 무기정학 징계를 내렸다. 학교 쪽은 강연회 개최를 두고 논란을 벌이는 과정에서 S가 교수에게 ‘불손한 언행’을 했다고 징계 이유를 들었다.(최근 교육부에 제출한 답변서에서는 강연 내용에 ‘동성애’ 등이 포함되어 학교의 설립취지에 반했기에 징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는 대체 어떤 언행을 했을까? 강연회 개최를 불허하는 학생처장에게 큰 소리로 “대한민국 헌법에 반하는 조치다”라고 소리쳤다. 한동대학교 학생 상벌에 관한 규정 제14조는 교직원에게 “언행이 심히 불손한 자”를 무기정학 사유의 하나로 들고 있다. 서울대 H교수가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자 사회학과 대학원생 10명이 자퇴서를 제출했다. 이 교수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순간 대학원생들은 사실상 다시 연구자로서의 삶을 이어가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은 14일간 단식을 하다 쓰러졌고 지금도 대학본부 앞에서는 H교수의 퇴출을 요구하는 천막농성이 무더위 속에도 진행되고 있다. 그래도 그는 3개월 정직 후 돌아오게 된다. 한동대학교의 경우, S에 대한 무기정학 처분은 대학 내에서 학생들의 학문의 자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치라며 학생들을 비롯해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했고, 국가인권위원회도 관련 사항을 조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재심 신청마저 기각되어 무기정학이 확정되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사는 세상의 대학이라는 공간은 이런 곳이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관심 있는 학문적 담론을 교수의 허락 없이 나눌 수 없고, 그 권위에 ‘불손하게’ 맞서면 무기정학을 받고 학교에서 쫓겨날 수 있다. 반면 교수는 학생을 쓰레기 취급하고 그 취급을 견디지 못한 대학원생들이 평생의 커리어를 걸고 맞서도 3개월 쉬면 학교로 돌아올 수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이처럼 아득한 비대칭이 어떻게 가능한가. 사립학교법은 교수의 지위를 두텁게 보장하는 반면, 고등교육법은 학생의 징계에 관하여 학교장의 자율에 맡기고 있다. 헌법이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라고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의 자율성은 국가권력으로부터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규범이지, 입헌 민주주의 내부에 봉건적 예외를 허용하겠다는 결단이 아니다. 페미니즘과 동성애에 대한 학술적 담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교수는 학생과 당당히 논쟁해야 한다. 학생을 쓰레기 취급하며 그 삶을 쥐락펴락하는 교수의 권력은 보호를 논할 대상이 아니다. ‘노예’를 생산하고 학문적 논쟁은 기피하는 대학의 자율이란 학문의 자유와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대학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H들”이야말로 학문의 자유를 위협했던 과거 국가, 종교권력과 닮아 있다. 잡무를 처리하고, 아이를 돌보고, 연구도 해야 하는 바쁜 “S들”이 인생을 걸고 저항하는 이 시점은 그래서 우리에게 중요하다. 대학의 이 비대칭적 권력을 H에게서 S에게 분배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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