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원 국회는 7월16일 국회 본회의에서 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회 위원 배정을 끝마쳤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상임위원 배정을 보니 ‘맞춤형’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위법행위 의혹으로 기소되거나 재판중인 의원들을 정확히 해당 위원회에 배정했기 때문이다. 학교 돈 횡령, 뇌물수수 등 사학비리 혐의로 기소된 홍문종 의원을 교육위원회에, 강원랜드 채용 비리로 불구속 기소된 염동열 의원을 강원랜드를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재판중인 이완영 의원을 법원과 검찰을 관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 배정했다. 이제 사학을 감독해야 할 교육부 장관이나 공무원들은 홍문종 의원이 위원으로 앉아 있는 교육위원회에서 결산감사를 받고 국정감사를 받아야 한다. 염동열 의원은 강원랜드를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을 불러 앉혀 놓고 국정 현안을 따질 것이며 공무원들이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하게 될 것이다.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이완영 의원은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자리에 앉아 법무부, 검찰의 예산을 심의하고 정부 제출 법률안의 심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다. 공무원도 사람인데, 위법행위 의혹을 받고 있는 위원에게 업무 감사를 받는다면 과연 입법부의 권위를 인정하고 성실히 국정감사 받을 마음이 생길까? 아마도 염동열, 홍문종, 이완영 의원은 사익을 추구한다는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국정감사나 예산심의 때 가만히 입 다물고 앉아 있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로서는 행정부를 견제할 중요한 ‘입’ 하나씩을 잃는 셈이다. 해당 의원들이 열심히 국정감사나 예산심의에 임한다면 어떻게 될까? 설사 ‘양심적으로’ 업무에 임한다고 하더라도 그분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공정성 시비를 낳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왜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우선 그 의원들은 왜 이런 불신을 자초했을까? 스스로 ‘국회법’에 따라 위원 회피를 했으면 됐을 일이다. 이완영 의원 쪽은 “국회 본연의 업무가 입법활동이어서 법사위를 1순위에 지원했다. 재판과 상관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국회 본연의 입법활동’은 법사위만이 아니라 모든 위원회에서 이루어진다. 하필 ‘법사위’에서 그 입법활동을 해야 할 이유는 뭐란 말인가? 염동열 의원은 하필 강원랜드 소관 위원회 위원이 된 이유에 대해 “지역구를 생각해 다른 상임위를 지원했는데, 당에서 (문체위를) 배정해 항의한 상태”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이게 사실이라면 사태는 더 심각하다. 국회 상임위원회 위원 배정은 교섭단체 간 협의를 통해 상임위원회 수와 교섭단체별 상임위원장 수, 상임위원 정수, 상임위원회별 교섭단체 위원 수를 배분한 후 각 교섭단체에 맡겨진다. 그러니 염동열 의원의 회피 노력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이 ‘국회법’을 위반한 위원 배정을 강행했다는 것이 된다. 그럼 자유한국당은 왜 그랬을까? 16일치 <한겨레> 보도를 보면, 자유한국당 지도부 관계자는 “범죄 혐의로 기소되거나 재판받는 의원이 거의 10명으로 그들 사정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대담한 답변을 했다. 100명이 넘는 의원이 있는 정당이 위원회 배정을 하면서 ‘10명의 범죄 의혹을 고려하지 않았다’? 결국 남는 답은 자유한국당이 ‘국회법’을 무시하는 것도 모자라 국민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 오만하거나, 당내 어떤 사정으로 인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위원 배정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앞으로 2년이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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