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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중소기업에도 좋은 노동시간 단축 / 김진무

등록 2018-07-30 18:31수정 2018-07-31 13:06

김진무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전무이사

저녁이 있는 삶을 얘기하는 근로시간 단축 시책에 대하여 우리나라 경제가 결딴날 것처럼 상당수 언론이 호들갑이다. 시행되지도 않았는데 “수입이 줄어 저녁이 있는 삶이 아니라 돈이 없는 삶을 산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과 겹쳐 회사 문 닫는 기업이 속출할 것”이라는 식의 기사가 넘쳐난다.

골판지 포장산업은 대부분 중소제조업이 그렇듯 과당경쟁으로 인한 적자 산업화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대표적 산업 분야다. 24시간 맞교대 근무형태를 해온 골판지 포장기업들의 경우 초과 생산된 제품의 처분을 위해 저가경쟁을 이어가야 하고, 고가 생산설비를 도입하면서도 저임 근로자를 활용할 수밖에 없는 함정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다. 기업마다 영업이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복리후생이 취약하고, 저임 구조로 유능한 인력 확보와 인력향상 사업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중소제조업계가 겪고 있는 구조적 한계라 골판지 포장산업계만 잘못이라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러한 와중에 근로시간 단축문제가 사회·경제적으로 등장하고,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7월1일부로 시행되었다.

그동안 68시간 생산체제를 유지해 1만개의 물품을 제조하던 기업들이 주당 52시간 체제에 들어서도 1만개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꾀하거나, 생산설비를 늘리고 근로자 수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52시간 근무제가 자연스럽게 기업의 투자를 유발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계기가 되며, 과당경쟁 체제 완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는 열렬히 환영하였다.

중소제조업계의 숙명과도 같은 과당경쟁을 완화시킨다는 것은 저가경쟁을 극복하고 장기적으로 적정이윤 창출이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복리후생 개선으로 첨단 생산설비에 적합한 인력채용이 이뤄지고, 이것이야말로 정부가 추구하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는 매우 유효한 방식이 아니겠는가.

현재 골판지 포장업계는 7개 업체가 7월1일부로 주당 52시간 체제를 이행하고 있다. 해당하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생산시간 단축, 근로자 입장에서는 임금 축소 등으로 불만이 하늘을 찌를 것처럼 보이지만, 의외로 담담하게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당장 7개 기업 중 2개 기업이 2교대제에서 3교대제를 적용할 계획이라 들었다. 12시간 맞교대에서 8시간 3교대로 생산시스템을 변화시키면 인력을 30%가량 증원시킨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는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 회사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수입 감소분을 생산성 향상만큼 보전해주겠다는 방침을 갖고 있어 수입 감소로 인한 근로자의 아픔이 방치되는 일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항상 음과 양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초기 과정에서는 다소 어려움과 부작용이 있겠지만, 일부 언론에서 쏟아내는 경제와 기업이 결딴날 것 같다는 식의 일방적 논조는 우리 골판지 포장산업계에 던져진 과제와 대응 행동을 고려할 때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정부가 보다 섬세한 세부 대응책을 수립해 시행 과정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은 맞는 일이지만, 일부 언론이 떠는 호들갑에 주저하지 말고 일관성 있게 주당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정착에 힘써주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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