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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포복절도할 ‘노회찬의 꿈’ / 김태규

등록 2018-07-31 17:32수정 2018-08-02 10:00

김태규
정치팀 기자

노회찬 의원은 올해 1월1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신년인사회’에서 2018년을 ‘포복절도의 해’로 만들겠다고 했다. 배를 부여잡고 낄낄거릴 정도의 큰 웃음을 뜻하는 ‘포복절도’(抱腹絶倒)가 아니었다. “‘가득 찰 포(飽), 배 복(腹)’으로 배를 가득 차게 만들고, 절도(絶盜)는 도둑을 근절하겠다는 의미”라고 그는 설명했다. 또 “지지율에 비해 더 많은 의석을 가져간 의석 도둑, 표 도둑까지 선거법 개정으로 완전히 잡겠다”고 다짐했다.

의석 도둑질이 정당화되는 우리나라 선거제도는 공정하지 않다. 다수 득표자 1인만 승자가 되는 소선거구제에서는 무수한 사표가 발생한다. 비례대표 47석은 표 값의 불균형을 시정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내 표가 휴지 조각이 돼버리는 걸 경험한 유권자는 ‘될 사람’에게 투표한다. 소수정당은 선거가 반복될수록 성장이 억제되는 악순환 구조다.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추혜선 수석대변인 등 정의당 지도부가 2018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떡을 자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정미 대표와 노회찬 원내대표, 추혜선 수석대변인 등 정의당 지도부가 2018년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떡을 자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시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정치권 선수들이 해야 할 3가지 일이 있다. 첫째, 자유한국당은 가만히 있으라. ‘불공정 게임’의 최대 수혜자인 자유한국당은 선거제도 개혁을 막고 또 막았다. 그러나 6·13 지방선거에서 정당득표율에 못 미치는 의석수를 얻으며 ‘과소대표’되는 피해를 경험하고서야 ‘연동형 비례제’를 주장하고 나섰다. 꼭 먹어봐야 된장 맛을 아는가. 자유한국당의 표변에 국민은 경계부터 하게 된다. 진정 바꾸고 싶다면 자유한국당은 조용히 따라와야 한다. 선거제도 개혁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은 ‘무임승차’가 답이다.

둘째, 여당은 ‘딴생각’을 접으라. 연동형 비례제는 2016년 총선 때 민주당,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었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대로 가면 다음 총선에서도 승리할 텐데 선거제도 개편에 굳이 나설 이유가 있냐”는 얘기가 스멀스멀 나온다. 6·13 지방선거 싹쓸이 승리의 달콤함도 강하게 남아 있는 듯하다. 그러나 표심을 왜곡하는 선거제도가 다음 총선에서 누구에게 유리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민심을 그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를 디자인해 정정당당하게 국민의 선택을 받는 게 정치적으로도 올바르다.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 현행 253개 지역구를 유지하되 비례대표를 60석 정도 더 늘려 왜곡된 표심을 보정해야 한다. 의원들의 세비와 의정활동비는 총액을 유지하면서 의석을 늘리면 추가로 들어가는 재정 부담도 없다. 다양한 가치와 민의가 정치에 반영되기 위해서도 국회의원 수는 지금보다 더 많아야 한다. “밀양 할머니들이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며 국회에 수없이 왔다 갔다 했는데 자신들의 목소리가 대변된다고 느끼지 못했다”(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는 한탄은 절절하다.

물론 국민들의 정치 불신과 혐오 탓에 의원 수 늘리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의원 수 늘리자고 정치권은 물론 교수, 언론도 말 못한다”며 “그러나 지지율 높은 문재인 대통령이 하자고 하면 국민들이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했다.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는 문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거대정당이 땅 짚고 헤엄치는 선거 과정에서 진보정당 정치인 노회찬이 3선에 성공한 건 기적이었다. 비례대표 초선 뒤 2012년 19대(서울 노원병), 2016년 20대(경남 창원 성산) 총선에서 연거푸 당선될 수 있었던 건 ‘야권 단일후보’ 덕이 컸다. 이명박·박근혜 같은 무도한 통치자가 비판세력의 씨를 말려버리겠다며 달려들었던 그때는 생존을 위한 절박감에 야권연대, 연합공천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명박근혜’가 사라진 이 시대에 진보정당을 위한 단일화는 없다. 지금의 선거제도로 ‘제2의 노회찬’을 기다리는 건 무모하다. 그걸 강요하는 것도 정의롭지 못하다.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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