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할례에 사용되는 도구들. 유엔인구기금(UNFPA) 누리집 갈무리
달걀, 국소마취제 리도카인, 일회용 주사기, 솜, 굵은 실, 메탄올, 그리고 커터칼.
이 도구로 세계 1억3천만명의 소녀가 할례를 당했다. 매년 350만명, 매일 9800명, 지금도 9초마다 소녀 1명이 할례를 경험한다. 소녀들은 결혼식에 혹은 친척 집에 간다는 꾐에 넘어가 제 발로 사설 진료소에 들어선다. 끔찍한 아픔을 평생 품고 산다. 여성 할례는 의료 목적 없이, 성기에서 민감한 부분을 제거해 ‘성욕을 억제하고 혼전 순결을 유지하도록 하겠다’는 여성 인권 유린의 악습이다. 수천년간 전통적 신화에 뿌리를 두고 자행됐다.
소말리아는 여성 할례 비율 세계 최상위권을 ‘자랑’한다. 여성 100명 중 98명이 할례당하며, 다수는 5~12살이다. 당연히 선택권 같은 건 없다. 지난 14일 갈무두그주 올롤 마을에 사는 10살 디카 다히르 누르도 언니 3명과 진료소를 찾았다. 할례 시술을 받다 정맥이 손상됐고, 이틀 후 과다출혈로 숨을 거뒀다.
여성 할례는 불법이다. 비밀리에 이뤄지다 보니, 시술 여성 3분의 2는 심각한 감염과 합병증을 앓고도 제때 치료받지 못한다. 지금껏 얼마나 많은 소녀가 디카처럼 세상을 떠났는지 추정하기 어렵다. 보수단체와 종교인들의 압력으로 처벌 규정도 마련되지 못했다.
지난주 소말리아 법무부가 이례적으로 디카의 사망 사건을 수사해 관련자를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디카는 소말리아 사법당국이 인정한 최초의 여성 할례 피해 사망자로 기록될 것이다. 부총리 마흐디 모하메드 굴레드는 “21세기 나라에서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없다. 여성 할례는 우리 종교 일부도, 문화 일부도 아니다”라고 했다.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을 “소말리아 역사의 결정적 순간”으로 묘사한다. 디카의 죽음은 소녀들을 지긋지긋한 고통 속에서 구할 수 있을까.
김미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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