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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정말 최고의 사람들을 모은 것일까

등록 2018-08-06 18:30수정 2018-08-07 09:18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힘 모으기에 실패하면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게 된다.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떨어지는 데는 두 가지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첫째, 조정 국면이다. 한반도 정세 변화의 시기에 평화를 갈구하는 기대와 맹목적 반공 보수에 대한 환멸이 겹쳐 국정 지지도가 치솟았다가 지방선거 이후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홍준표 대표 퇴진과 김병준 비대위원장 체제 출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죽음이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

둘째, 담론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김종석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은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그다음 단추를 아무리 잘 끼워도 소용이 없다”며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세금 주도 재분배 성장’에 불과한 소득주도성장론을 미련없이 폐기하는 데 있다”고 했다. 소상공인 단체는 오는 29일 광화문에서 ‘최저임금제도 개선 촉구 국민대회’를 연다.

이른바 보수 성향 신문 칼럼이나 사설에는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비판 일색이다. “실물 경제를 잘 모르는 운동권과 시민운동가, 책상물림 교수의 절묘한 조합이 현실과 동떨어진 탁상공론을 실험하고 있다”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그런가?

국정 지지도 하락의 첫째 원인은 당연한 흐름이다. 달이 차면 기우는 법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둘째 원인에 대한 청와대와 정부의 대처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 정도는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무감각한 것인지, 대응하면 오히려 휘말린다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문제는 자유한국당이나 보수 논객이 아니라 국민이다. 청와대와 정부가 지금처럼 가만히 있으면 국민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경제위기론을 사실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경제는 심리가 좌우한다. 담론에서 밀리면 정책도 실패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뒤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했다. “신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이를 가로막는 규제부터 과감히 혁신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국회도 혁신성장 관련 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실 것”을 당부했다. 그런데 법안 통과를 위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특검의 김경수 경남도지사 소환 및 수사에 대한 비판, 폭염으로 인한 전기요금 대책 촉구 등이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이나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평소에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옹호나 비판을 듣기 어렵다. 피해가려는 것 같다.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의 무기력증은 정책 최고 책임자들의 역량 부족 탓이다. 특히 정무 감각이 꽝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말했지만 정책이 성공하려면 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과 대화하고 협상하고 타협해야 한다. 지금 야당과의 대화와 협상과 타협을 도대체 누가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문재인의 운명>은 2011년 6월에 초판 1쇄가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를 하겠다고 결심하기 전이다. ‘길을 돌아보다’라는 장에 노무현 정부에 대한 회고와 성찰을 담았다.

“그래서 정권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을 때, 국정운영 전반에 대한 빈틈없는 계획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매사 도덕적일 뿐 아니라, 능력 면에서도 최고의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도 2010년 11월 출판한 <진보 집권 플랜>이라는 책에서 비슷한 말을 했다.

“5년 임기 대통령의 경우 3년이 지나면 레임덕이 옵니다. 따라서 초기 1~2년 내에 진보를 위한 ‘제도적 말뚝’을 박아야 합니다.”

말뚝은 고사하고 대못도 박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의 다짐으로 현재를 비판하는 것을 야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당위가 우선일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는 두 가지 덕목이 필요한 것 같다. 첫째, 진보·개혁진영 전체의 힘 모으기에 실패하면 (참여정부의) 전철을 밟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운명>에서 한 말이다.

둘째,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 않았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219 끝이 시작이다>(2013)에서 한 말이다.

두 가지를 합치면 고도의 정치적 역량과 정무 감각일 것이다. 스스로 능력이 안 된다고 판단되면 물러나야 한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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