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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중년 히키코모리와 ‘8050’ / 김영희

등록 2018-08-12 16:17수정 2018-08-13 10:56

은둔형 외톨이를 가리키는 ‘히키코모리’는 미국 정신의학회의 진단기준에 나오는 ‘사회적 퇴거’(social withdrawal)를 일본어로 번역한 단어다. 워낙 ‘일본적 현상’으로 널리 알려지면서 2010년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올랐다. 집에서만 머물거나 근처 편의점에나 어쩌다 가는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될 때 일본에선 히키코모리로 본다.

히키코모리가 사회적 관심사가 된 지 20여년, 최근엔 중년 히키코모리 문제가 주요하게 떠오르고 있다. 지난주 <요미우리신문>은 정부가 11월께 처음으로 40~64살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해 올해 결과를 발표하고 국가 지원 메뉴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히키코모리는 청소년과 청년 문제로 다뤄졌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는 ‘부등교’ 현상이 히키코모리로 이어졌다는 점이 부각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5년마다 실시하는 조사에선 2010년 70만명, 2015년 54만명으로 감소 추세였는데 이는 15~39살만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전문가들은 40살 이상까지 포함하면 100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다.

일본에선 1~2년 전부터 50대 히키코모리 자녀가 80대 부모와 함께 살면서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빈곤해지는 이른바 ‘8050 문제’가 이슈가 됐다. 지난해 12월 홋카이도에선 82살 어머니가 추위와 굶주림에 숨진 지 얼마 안 돼 52살 딸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 전해엔 니가타현에서 50대 자식을 살해하고 70대 어머니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중년 히키코모리는 1990년대 초 버블경제 붕괴 이후 비정규직 양산과 청년실업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배경으로 풀이된다. 실제 시민단체 조사에서 이들의 원인으로 ‘질병’과 함께 ‘직장 적응이 힘들다’ ‘취직이 잘 안됐다’가 가장 많이 꼽혔다. 한번 레일에서 이탈하면 좀체 원래로 돌아가기 힘든 사회 및 타인의 시선이나 주변과의 비교를 지나치게 중시하는 가치관의 문제도 지적된다. 일본과 닮은 구조와 인식, 거기에 노인빈곤이 훨씬 더 심각한 우리로선 남 일로 느껴지지 않는다. 김영희 논설위원 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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