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고용동향’에서 40대 취업자 수는 1년 전보다 14만7천명이나 줄어, 고용 쇼크 최대 피해 세대로 나타났다. 김동연 부총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고용상황 관련 긴급 당정청 회의를 열고, 관련 대책을 논의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 서른에 뜻이 확고히 섰고, 마흔에 미혹되지 않았고….” 불혹(不惑)은 40대를 상징한다.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는 나이다. 현실에선 그야말로 ‘공자님 말씀’이다.
1961년 5월16일, 44살의 박정희는 헌정 질서를 유린하고 군사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다. 1971년 제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44살의 김영삼 의원은 ‘40대 기수론’을 외쳤다. 66살의 신민당 총재 유진산을 상대로 세대교체를 부르짖었다. 유진산은 ‘구상유취’(입에서 젖비린내가 난다)라고 비웃었다. 하지만 47살의 김대중, 49살의 이철승 의원이 가세하면서 유진산은 여론에 밀려 사퇴했다. 40대 기수론은 세대교체와 혁신의 상징어가 됐다.
올해 상반기 뷰티·헬스 업계에선 ‘영포티’가 각광받았다. 1968~74년에 태어나 1990년대 초반 ‘서태지와 아이들’에 심취해 자유와 개성을 중시하며 소비문화의 혜택을 누린 ‘X세대’. 이들이 성장해 40대가 되자 영원히 청춘이고 싶어하는 중년으로, 나이보다 젊게 살며 소비의 큰손으로 떠올랐다는 것이다.
최근 40대는 최악의 고용 쇼크 속에서 가장 고통받는 표상이 됐다. 통계청이 지난 17일 밝힌 ‘7월 고용동향’에서 만 40~49살 취업자 수는 66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4만7000명이나 줄었다. 자녀를 양육하고 든든하게 가정을 책임질 중추,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불혹’의 세대가 가장 흔들리는 세대가 된 셈이다.
가수 양희은은 ‘내 나이 마흔살에는’에서 이렇게 읊었다. ‘날아만 가는 세월이 야속해 붙잡고 싶었지/ 내 나이 마흔살에는/ 다시 서른이 된다면…정말/ 날개 달고 날고 싶어’. 쏜살같이 세월이 흘러 40대가 돼, 찬란했던 젊은 날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요즘 40대도 이런 마음이 아닐까.
신승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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