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워즈>를 키운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영화 제작자이던 앨릭스 존스는 1999년 자신의 이름을 건 라디오 프로그램을 제작해 음모론을 퍼뜨리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 3개월 전인 2015년 12월 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신의 명성이 엄청나다”고 치켜세웠다.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의 케냐 출생 의혹도 <인포워즈> 주장을 인용했다. 백인 극우주의자들 사이에서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인포워즈>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일약 주류 언론이 됐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는 소셜미디어에서 활발히 유통됐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뉴스거리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반부터 지속해서 <뉴욕 타임스> <시엔엔>(CNN) <엔비시>(NBC) 등을 언급하며 “페이크(가짜) 뉴스”, “국민의 적”이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페이크 뉴스’란 단어는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에 임기 580일 동안 287차례나 등장했다. 존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디어는 적’이라고 했던 건 나”라며 자신이 이 ‘유행’을 선도했다고 자화자찬했다.
<보스턴 글로브> 등 미국 350여개 언론사는 16일 일제히 ‘저널리즘은 적이 아니다’란 제목의 사설을 게재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적대적 언론관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외침이었다. 트럼프는 트위터에 “페이크 뉴스 미디어는 야당”, “진실이 이길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최근 페이스북과 유튜브, 애플 등이 편파적 발언으로 혐오와 음모론을 확산시킨다며 <인포워즈> 콘텐츠 중 성소수자·이슬람교도 등에 관한 내용 일부를 삭제했다. 트위터는 존스 계정에 대해 일주일 사용정지 처분을 내리고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 한쪽에선 존스와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는 ‘패키지’라고 비아냥댄다. 둘 다 그냥 두든지, 둘 다 퇴출시키든지 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미나 국제뉴스팀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