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2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북-미 정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에 대한 안전보장 제공’을 약속했다. 이 약속을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한다’는 약속도 했다. 완전한 비핵화와 완전한 체제보장을 맞바꾸는 것이 공동성명의 정신이지만, 정상회담 이후 북-미 협상의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실린 백낙청의 글(‘어떤 남북연합을 만들 것인가’)은 비핵화 과제 해결이 어려운 이유를 짚고 해결책의 하나로 남북연합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문제의 핵심은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불균형성이다. ‘완전한 비핵화’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가능하지만, ‘완전한 체제보장’은 애초에 불가능한 목표다.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북-미 국교수립과 경제협력이 이루어지더라도 ‘완전한’ 체제보장과는 거리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미국은 앞에 한 약속을 뒤집을 수 있다. 그런 판에 북한이 안심하고 비핵화에 모든 것을 걸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남북연합이라고 백낙청은 말한다. 남북연합 또는 남북연합에 준하는 관계를 세우는 것은 미국이 제공하는 체제보장에 더해 추가적 보장 장치를 만드는 일과 같다. ‘미국이 변심해 적대정책으로 되돌아갈 경우, 이것이 곧바로 대한민국이 가담한 국가연합에 대한 적대가 될 수밖에 없도록 제도화해놓는 것’, 이것이 바로 남북연합 건설이다. 남한의 존재 자체가 북한에 위협이 된다는 점도 남북연합 건설을 요구한다. 남북의 경제력이 크게 벌어진 마당에, 북한이 위협을 느끼지 않고 개혁·개방에 나서려면 남북연합이라는 제도적 안전판은 필수다. 남북연합은 북한 체제를 보장함으로써 비핵화를 촉진하는 장치이자 통일이라는 궁극 목표를 지향하는 과도체제라고 할 수 있다. 남북연합 건설 과정이 비핵화를 촉진하고 비핵화 진전이 남북연합의 동력이 된다는 입체적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명섭 논설위원 micha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