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지역의 주택 수를 가구 수로 나눈 것을 ‘주택 보급률’이라고 한다. 그 지역의 주택 공급 수준을 총괄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국토교통부 통계를 보면, 2016년 전국 가구 수는 1937만 가구, 주택 수는 1988만 채로 주택 보급률이 102.6%다. 국토부가 주택 보급률 집계를 현행 방식으로 바꾼 2010년에 이미 100%를 넘어섰다. 모든 가구가 집 한 채씩 가질 수 있을 만큼 주택이 공급돼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주택 보급률도 2010년 94.4%에서 2016년 96.3%로 높아졌다. 100%에 근접하고 있다.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집 없는 사람이 너무 많다. 자기 집을 보유한 가구 비율을 ‘자가 보유율’이라고 한다. 자가 보유 가구를 전체 가구 수로 나눈 것이다. 2016년 전국 기준 자가 보유율은 59.9%다. 10가구 중 4가구가 무주택 가구인 셈이다. 2010년의 60.3%보다 낮아졌다. 지방은 자가 보유율이 올라갔는데 서울이 50.4%에서 45.7%로 내려간 탓이다. 서울에선 내 집을 마련한 가구가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서울의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서 주택 보급률이 높아졌는데 자가 보유율은 크게 떨어진 이유가 뭘까? 통계청 ‘주택 소유 통계’를 보면 답이 나온다. 통계청이 다주택자 현황을 파악하기 시작한 2012년 서울에서 집을 두 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는 30만명이었는데, 2016년 37만4천명으로 24.7% 증가했다. 다주택자 가운데 세 채 이상 보유자도 9만4천명으로 10만명에 육박한다. 주택 보유자 중 다주택자 비중 역시 같은 기간 13.1%에서 15.5%로 높아졌다. 특히 강남구(21.3%)와 서초구(20.1%)는 다주택자 비중이 20%를 넘는다. 주택이 새로 공급되는 족족 집 부자들이 가져갔다는 얘기다.
최근 서울 집값이 다시 급등세를 보이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고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투기 수요를 잠재우지 않고 공급만 늘리는 것은 투기세력에게 좋은 먹잇감을 던져주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집은 승용차와 다르다. 한 채만 보유하는 게 옳다. 집은 거주의 수단이어야지 투기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급 확대 대책에 앞서 강력한 투기 억제 대책이 먼저 나와야 하는 이유다.
안재승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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