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저자 영국의 티브이(TV) 프로그램 <네이키드 어트랙션>은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방송이다. 데이트 상대를 찾는 일반인 출연자가 다른 6명의 출연자 가운데 한 사람을 선택하는 진부한 설정인데, 제목이 암시하듯 선택의 기준이 출연자들의 알몸이다. 평범한 대학생이나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6명의 출연자는 처음부터 알몸으로 공중전화 부스만한 사각형 안에서 대기한다. 데이트 상대를 찾으려는 출연자 앞에서(방송을 보는 전국민 앞에서) 6명의 알몸이 다리부터 공개된다. 하체에서 상체로 공개 범위가 올라갈 때마다 선택권을 가진 사람이 한 사람씩 출연자들을 탈락시킨다. 얼굴은 마지막에 공개된다. 얼굴까지 모두 공개된 출연자 두 명 가운데 최종 1인이 선택되고, 이후 두 사람은 (옷을 입고) 데이트한다. 밤 10시에 방송하는 이 프로그램은 분당 수십 차례 출연자들의 성기를 노출했다며 비판을 받았다. 그럼에도 2016년 시작해 시즌3까지 이어지고 있다. 어떻게 가능할까? 한국이었다면 프로그램에 대한 논란이 전개되기도 전에 아이들 교육에 해롭다며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100만을 넘고,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방송사 사장은 국회의원 앞에서 대국민 사과를 했을 터다. 논란 속에서도 계속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이유는 이 방송이 인간의 ‘알몸’을 대하는 방식이 단순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선택받기를 원하며 나온 6명의 출연자는 우리의 생각과 달리 전형적인 몸매의 젊은 여성, 남성이 아니다. 인종과 연령대가 다양할 뿐 아니라, 20대 초반이라도 그들은 배가 나오고, 엉덩이가 처지고, 다발성 경화증을 가져 지팡이를 짚은 모습이다. 옷으로 가려 있던 우리 몸의 진실이 방송에서 처음 공개된 셈이다. 최근 방송분에서 데이트 상대를 찾아 나선 20대 남성 출연자는 낭포성 섬유증이라는 질병으로 몸이 아주 말랐고 상처도 여러 군데 있었다. 기대수명은 40대 초반이라고 스스로 밝혔다. 그는 자신의 알몸을 공개했고, 상대방을 선택했다. 우리나라의 짝짓기 프로들이 학벌과 직업, 연봉을 앞세운 출연자들의 스펙 경쟁이라면, <네이키드 어트랙션>은 오히려 직업과 연봉에 대한 정보도 알려주지 않은 채 발가벗은 신체만 보고 선택하도록 주문한다. 어느 쪽이 더 천박하고 아이들 교육상 해로운가? 내가 살고 싶은 사회는, 내 직업이나 <한겨레>에 글을 쓴다는 이유로 환대받는 세상이 아니라, 휘어지고 짧고 불균형한 내 몸만으로 데이트 상대에게 선택받거나 거절당하기도 하는 사회다. 남의 신체를 몰래 훔쳐보고 10대 소녀들의 몸을 최대한 야하게 연출하는 데 탁월한 사회이면서도, 이상하게 우리 사회에는 타인의 몸이 아니라 영혼을 사랑한다는 인간들로 가득하다.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리자 동성애자를 ‘사랑하기에 반대한다’는 팻말을 든 사람들이 축제를 온몸으로 막았다. 이들은 아마도 퀴어의 영혼과 인간적 ‘본질’은 여전히 사랑하지만 그들의 몸뚱어리가 공공장소에 나서는 일은 보기 싫다는 말을 하고 싶을 것이다. 장애인들도 정확히 같은 일을 겪는다. 우리 사회 거의 모든 사람이 장애인에게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말에 감동을 느끼지만, 살아 있는 장애인의 몸이 이웃에 얼씬거리는 순간 집값이 떨어진다고 믿는다. 퀴어(소수자)들은 다수의 생각과 달리 영혼의 아름다움이나 인간성의 본질을 인정받기 위해 투쟁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의 몸을 인정받기 위해 싸운다. 한국에서 장애를 가진 몸이, 그것도 ‘알몸으로’ 등장하는 예능프로가 나타난다면 청와대 청원의 제목은 무엇이 될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