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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강남, 권력이 만든 도시 / 신승근

등록 2018-09-10 18:49수정 2018-09-11 09:50

강남, 부와 교육열의 상징, 대치동 은마아파트
강남, 부와 교육열의 상징, 대치동 은마아파트
2015년 개봉한 영화 <강남 1970>에선 강남 개발을 둘러싼, 땅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선거를 앞둔 박정희 정권이 자금 조달을 위해 중앙정보부를 앞세워 땅을 사들이고 국회의원, 복부인, 조폭까지 끌어들여 땅값을 올리고, 이익을 챙긴다. 영화는 허구지만, 실제 강남 개발사와 흡사하다.

1960년대 강남은 강북에 한참 밀린 시골로, 강남이란 이름조차 없었다. 잠원동은 뽕밭, 서초동은 꽃동네, 압구정동은 과수원, 일원동은 채소 산지였다. 60년대 중반 말죽거리 땅값은 3.3㎡(1평)에 200원 수준이었다.

강남은 70년대에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강남의 탄생>(한종수·강희용 지음)에선 “휴전선에서 불과 40㎞밖에 떨어지지 않은 강북에 지나치게 많은 인구와 중요 시설이 집중되는 형세가 되자 박정희 정권은 서울의 도심 기능을 분산시켜 안보상 부담을 줄이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적었다. 박정희는 경기고 등 강북 명문학교와 대법원·검찰청 등 정부기관을 강남으로 옮겼다. 도로·전철 등 인프라를 구축하고 온갖 특혜를 쏟아부었다. 벌판 논현동엔 1971년 5층짜리 공무원 아파트가 들어섰다. 권력자, 돈 가진 자, 복부인은 강남으로 몰렸다.

‘모든 국민이 강남 가서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발언이 국민적 공분을 샀다. 그가 처음은 아니다. 교황청 대사인 이백만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노무현 정부 말기에 ‘지금 집 사면 낭패 본다’고 말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당시 강남 아파트에 살던 그를 향해 욕실 타일 몇장 깨면 강북에 집 살 수 있는 사람의 망발이라는 비아냥까지 터졌다. 그는 사석에서 “삼성경제연구소 등의 집값 전망치를 면밀히 분석해서 한 전략적 발언”이라고 했다. 그의 말처럼 노무현 정부가 끝난 뒤 집값은 잠시 하락세를 탔다. 문재인 정부가 곧 여덟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한다. 시장에 먹히는 정책을 내놨으면 좋겠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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