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타임>이 선정한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여배우는 판빙빙이다. 16일 37번째 생일을 맞은 그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지 100일이 넘었다. 중국을 제외한 전세계 언론은 연일 관련 뉴스를 쏟아낸다. 스타의 잠적이라는 자극적 소재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여기엔 중국 정부와 공산당이 유력 용의자로 등장한다. 중국에선 관련 보도가 철저히 통제되고 있다.
판빙빙 실종 사건은 영화 <휴대폰2> 출연 결정이 발단인 것으로 보인다. 2003년 판빙빙이 주연을 맡은 <휴대폰>은 유명 쇼 프로그램 진행자가 휴대전화 때문에 외도를 들켜 추락하는 내용의 블랙코미디 영화다. 줄거리는 누가 봐도 방송인 추이융위안의 사생활과 판박이다. 추이융위안은 지난 5월 속편 <휴대폰2> 제작 발표에 격분했다. 판빙빙이 나흘 만에 6000만위안(약 98억원)을 벌어놓고 이중계약서로 세금을 탈루했다고 에스엔에스에 폭로하자 민심이 들끓었다. 6월2일 어린이병원 설립 행사차 티베트에 간다던 판빙빙은 이후 자취를 감췄다. 사망설과 망명설, 감금설, 구속설 등이 난무한다. 정부는 탈세 사건에 강력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미국 <시엔엔>(CNN) 방송이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내놨다. 중국 내 탈세 범죄가 급증하자 ‘겁주기용’으로 판빙빙 사건을 이용하는 것이란 중국 문화산업 전문기자의 발언을 실었다. 여기에 중국 정계의 ‘검은 자금’이 연예계에 숨겨져 왔다는 추측도 제기된다. 판빙빙 사건을 방패로 고위급 공직자 비리를 덮으려 한다는 얘기다.
진실이 무엇이든 간에 이번 사건은 화려한 중국 성장 이면에 여전히 통제와 억압이 강력히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지난주 알리바바그룹 창립자 마윈의 때이른 은퇴 발표에 “정치적 배경이 작용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듯하다.
김미나 국제뉴스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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