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수치가 2012년 노르웨이 오슬로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오슬로/AP 연합뉴스
미얀마 국가자문 겸 외무장관인 아웅산 수치(73)의 책 <레터스 프롬 버마>는 한국에서 <아웅산 수치의 평화>라는 이름으로 발간됐다. 1995년부터 1년여간 수치가 가택연금과 해제를 겪으며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엮었다. 이 책이 국내에 소개된 2007년에도 수치는 연금 상태였다. 책 표지엔 ‘노벨평화상 수상자’라고 적혀 있다. 수치는 1991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을 이끈 공로로 영예를 안았다. 당시도 연금 중이어서 21년 만인 2012년에야 노르웨이에서 수락 연설을 했다. 그는 “노벨상이 버마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한 투쟁에 대한 관심을 끌어냈다”고 했다.
지난 5일 발표된 올해 노벨평화상은 전쟁 성폭력 피해자들을 돕고, 전세계에 그 실상을 알린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 출신의 인권운동가 나디아 무라드(25)와 콩고민주공화국 산부인과 의사 드니 무퀘게(63)에게 돌아갔다. 무라드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에 성노예로 끌려갔다가 탈출해 국제사회에 참상을 폭로했다. 무퀘게는 1998년 시작된 2차 콩고 내전 당시 성폭력을 당한 여성들을 돕기 위해 부카부에 판지병원을 설립하고 수만명을 치료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전쟁과 분쟁의 도구로 성폭력이 사용되는 것을 끝내기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들어 노벨위원회는 수치의 노벨평화상을 취소해야 한다는 세계적 압박에 시달려왔다. 지난 3일 수상자 발표에 앞선 기자회견에서도 질문 다수가 수치에 대한 것이었다. 미얀마 로힝야족은 수십년간 이 지역에서 억압받았다. 지난해부턴 군부에 의한 살인이 횡행했고, 성폭력을 당한 로힝야족 여성만 최소 수천명이라는 집계도 있다. 이젠 수치의 ‘침묵’이 로힝야족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고 있다는 것이 모순적이다. 수치에게 평화란 무엇인가. 이제 수치가 이 질문에 답할 차례다.
김미나 국제뉴스팀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