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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노무현과 소나무 / 신승근

등록 2018-10-08 17:59수정 2018-10-09 17:58

2007년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인 10월4일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평양 중앙식물원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남쪽에서 가져간 소나무(반송)를 심은 뒤 물을 주고 있다. 청와대 남북정상회담 누리집 갈무리
2007년 남북정상회담 마지막날인 10월4일 노무현 대통령과 부인 권양숙 여사가 평양 중앙식물원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함께 남쪽에서 가져간 소나무(반송)를 심은 뒤 물을 주고 있다. 청와대 남북정상회담 누리집 갈무리
2002년 대선 때 돈도 없고 빽도 없다는 노무현 후보는 ‘상록수’를 불렀다. 박정희 정권 시절 봉제공장 노동자에게 용기를 주려 김민기가 작사·작곡한 노래였다. 통기타를 치며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돌보는 사람도 하나 없는데/ 비바람 맞고 눈보라 쳐도/ 온 누리 끝까지 맘껏 푸르다’고 노래한 그는, 지역감정에 맞아 쓰러졌을 때 일으켜 세운 이가 국민이라며,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고 호소했다. 후보의 진정성과 인생 역정을 잘 드러낸 선거 광고였다.

판화가 김준권은 30여년을 푸른 소나무가 뿌리내린 우리 산하를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았다. 그는 1980년대 노무현과 대면하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싸우는 그를 후원한다. 대통령이 된 노무현은 소나무가 그려진 그의 대형 판화를 청와대 본관에 걸었다. 2009년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김준권은 서거, 장례, 49재 때 노 전 대통령 모습을 형상화한 판화 3점을 헌정했다. 그는 해마다 소나무 사이로 웃음 짓는 노 전 대통령이 담긴 판화를 찍어 참배객들에게 나눠주곤 한다.

4월27일 판문점 남쪽 평화의 집. 문재인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방명록에 서명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뒤로 대형 수묵판화 <산운>이 걸렸다. 통일 염원을 담아 한반도 산하를 표현하려 두만강, 압록강까지 답사하고 5개월간 48개 목판에 먹물을 묻혀 만든 김준권의 대작이다.

지난 6일 평양시 중앙식물원. 소나무 앞에 선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가 눈물을 글썽였다. 봉하 들판 등 생전에 인연 있던 6곳의 흙과 물을 소나무에 뿌렸다. 2007년 10·4 평양 정상회담 때 노무현 대통령이 남쪽에서 가져가 심은 반송이다. 11년 동안 잊혔던 ‘노무현의 소나무’는 이렇게 소환됐다. 소나무는 대개 올곧은 신념, 인고의 시간을 상징한다. 평양 중앙식물원의 소나무처럼 남북관계도 계속 푸르렀으면 좋겠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지난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지난 4월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에 서명을 하고 있다. 한국공동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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