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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영화감독 마문의 노동일기] 미등록 노동자의 죽음이 던진 질문 / 섹알마문

등록 2018-10-31 19:26수정 2018-11-01 14:31

섹알마문
이주노조 수석부위원장

앗살라무 알라이쿰(신의 평화를 당신에게)! 지난 10월14일, 전국의 이주노동자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 서울에 모였습니다. 이날은 많은 요구들이 있었지만 고용허가제를 통해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에게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달라는 요구가 많았습니다. 한국은 경제선진국으로 올라 있고 이 때문에 이주노동자들은 집회를 통한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것이라고 믿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랜 세월 이주노동자의 투쟁은 이어져 오고 있고, 특히 이번 집회는 여러 미디어를 통해 이주노동자의 요구가 많이 비쳤지만 어떤 국회의원도 정부 기관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내놓은 곳이 없었습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에도 이주노동자 농성투쟁을 통해 한국 사회에 알리려 부단히 노력했으나 고용허가제 시행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노동자가 잘사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이주노동자 역시 자신들의 삶이 나아질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역시, 이주노동자에 대한 탄압과 차별은 그대로입니다.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함은 물론, 법무부에서는 건설현장에서 국민의 일자리를 잠식시키고 있다고 부추기고 있고, 이주노동자와 한국인 노동자를 갈라서게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말하는 노동자 중심의 정책이라면, 노동자란 한국인 노동자에 국한된 이야기인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얼마 전 미얀마 출신의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노동자는 사망 전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며 한국 사회에 큰 질문을 던지고 갔습니다. 우리가 불법과 합법으로 사람을 나누는 동안 그저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역할을 하고 싶었던 그에게 우리는 어떤 시선을 던져왔는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여전히 법무부와 정부는 미등록 체류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실제로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국민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고 말하는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스럽습니다. 국민의 일자리를 창출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노동계층의 최약자인 이주노동자를 탄압하는 것으로 정책을 펴는 것이 상책일까요?

이주노동자가 한국 산업의 가장 밑바닥에서 일하고 있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주노동자가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 같습니다. 고양저유소 폭발 사건의 이유가 풍등을 날린 이주노동자에게 있다고 덮어씌운 사건을 보아도 진짜 이유는 따로 있는데 다른 문제로 덮으려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입니다.

전체 인구의 1퍼센트도 안 되는 미등록 체류자를 모두 쫓아내서 국민의 일자리를 되찾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너무도 현실감이 없습니다. 그리고 1퍼센트의 사람들을 쫓아내기 위해서 그들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것은 옳은 일일까요? 이주민이든 선주민이든 한국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 모두 평화롭게 살아갈 방법을 찾는 것이 더 효율적인 것이 아닐지 생각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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