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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청소년 선거권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 / 송병국

등록 2018-11-26 18:02수정 2018-11-26 19:18

송병국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장

여야정과 대통령이 국정상설협의체에서 ‘선거연령 18살 하향 조정 논의’에 합의하면서 선거연령 인하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장도 선거연령을 ‘만 18살 이상’으로 낮추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심지어 만 25살 이상으로 된 피선거권 역시 만 18살 이상으로 바꾸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사실 선거연령을 만 18살로 낮추는 방안은 오래전부터 청소년계와 시민사회단체에서 일관되게 주장해왔다.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청소년들의 높은 교육수준과 다양한 정보습득 등을 이유로 이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연령 인하를 통한 청소년 참정권 확대가 왜 이뤄지지 않고 있을까? 청소년들의 참정권 확대를 민주주의 발전이나 성숙으로 보지 않고 ‘정치쟁점화’하여 유불리를 따지는 일부 세력과, 만 18살에 해당하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선거에 참여할 경우 학교가 ‘정치판’(?)으로 변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기우 때문이다.

참정권 확대를 통한 청소년의 사회참여 촉진은 세계적 흐름이다. 만 18살 연령까지의 아동·청소년의 건강한 성장과 발달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조하고 있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보더라도 생존, 보호, 발달과 함께 ‘참여권’을 강조하고 있다. 참여는 청소년의 기본 권리로서 청소년들이 학업이나 노동, 인권 등 자신들의 삶과 관련된 모든 제도에 자신들의 생각을 반영하도록 보장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역시 청소년의 참정권을 강화하고 있다. 오이시디 회원국 가운데 선거 연령이 만 19살인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만 16살까지 선거연령을 낮추고 있다.

사실 우리사회의 청소년들은 음으로 양으로 현실 정치나 사회문제에 이미 깊이 관여하고 있다. 청와대의 각종 국민 청원에 청소년들은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고, 국민이 주인인 시대를 맞이하여 각종 집회나 시위에 참여하여 발언권을 확대하고 있다. 요즘에는 자신들의 문제에 기성세대들의 반응이나 관심이 미흡함을 깨닫고 집단화하여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선거연령 18살로의 하향은 물론 만 16살 이상 청소년들에게 교육감 선거권을 주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이다. 청소년들은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며 현재의 민주시민이자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유용한 자원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사회참여에 대한 관심과 역량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7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소년도 사회문제나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할 필요가 있는가?’에 약 90%가 ‘필요하다’고 응답하였다. 아울러 고교생 대상 조사에서 ‘선거연령을 만18세 이상으로 해야 하는가’의 질문에 65.9%가 찬성을, 18.4%가 반대를 보여주고 있다.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역량은 ‘청소년특별회의’를 통해서 확인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청소년의 사회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청소년특별회의, 청소년참여위원회와 청소년운영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그 가운데 청소년특별회의는 청소년기본법에 의거 매년 개최되는 회의로서 금년이 벌써 14회째이다. 전국 시·도의 청소년들이 전문가와 같이 참여하여 그들이 바라는 정책과제를 발굴하여 매년 정부 부처에 제안하는데, 지난 10여년 간 정부에서의 제안과제 수용률이 평균 90%에 달한다. 우리의 청소년들이 제안하는 정책과제가 현실적이고 매우 타당함을 의미한다.

문제는 청소년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의 시각이다. 청소년들은 미성숙한 존재가 아니라, 우리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며 현재의 민주시민이자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유용한 자원이다.

그러므로 만 18살 이하로 선거연령을 낮춰 청소년의 참정권을 확대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첫째, 청소년들의 사회참여, 참정권 확대는 세계적 추세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청소년들이 그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참정권을 확대해야 한다. 세계의 역사를 보더라도 민주주의의 발전은 결국 참정권 확대의 과정이었다. 둘째, 청소년기는 다른 어느 연령기보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논리력과 이성적 판단이 가장 발달하는 시기이며, 도덕적 양심이 최고조에 이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이 선거에 참여할 경우 가장 공평하고 객관적인 기준으로 투표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우리는 100여년 전부터 청소년들이 항일투쟁과 민주화운동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역사적 경험을 가지고 있다.

셋째, 법률적으로 만 18살의 책임과 권리를 규정하는 국가제도의 일관성이다. 만 18살은 법적으로 병역의무가 부과되고 혼인과 운전면허 취득이 가능하며 국가 공무원이 될 수 있는데, ‘선거는 할 수 없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논리다. 넷째,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행사해야 ‘한 명의 낙오자도 없는 청소년정책’이 실현될 수 있다. 우리 사회가 공정한 사회가 되려면 출발선에 해당하는 청소년기 성장 환경의 격차를 줄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많은 예산과 인력이 청소년정책과 청소년복지에 투입돼야 한다. 95살 이상의 노인에게도 선거권을 주면서 논리적 판단력과 도덕성을 갖춘 만 18살의 청소년에게 선거권을 주지 않는 이유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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