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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이해찬은 왜 그랬을까 / 김태규

등록 2018-11-27 18:03수정 2018-11-28 09:20

김태규
정치팀 기자

지난 25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미래를 생각하는 당원 토론회’ 자리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올해 지방선거에서 압승을 거뒀습니다. 16개 광역단체장 중 14개, 211개 기초단체장 중 151개, 850명 광역의원 중 650명, 1900명 기초의원 중 1600명이 당선됐습니다. 이렇게 엄청난 성과를 거둬 이젠 대구·경북 빼고 의회까지 우리 당이 차지했습니다.”

비슷한 시각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국회 정론관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함께 카메라 앞에 섰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50.92%의 정당득표율로 서울시의회 의석수의 92.7%, 102석을 차지했습니다. 반면 50%를 득표한 나머지 정당은 전부 다 합쳐도 단 8석, 7%의 의석만을 얻었습니다. 역대 치러진 선거 중 가장 비례성이 떨어진 선거였습니다.”

정의당의 서울시 광역의회 정당득표율은 9.69%였지만 정의당이 얻은 의석은 110석 중 비례대표 단 1석(전체 의석의 0.9%)뿐이었다. 누군가의 불행이 누구에겐 행복이다.

이런 불공정을 시정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된 게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그리고 민주당이 뚝심있게 지향했던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는 연동형을 ‘기본적으로 전제한’ 제도다. 야3당의 공세에 “평화당·정의당·바른미래당 안이 다 다르다. 특정 정당 안을 가지고 선거제도 개편안이 확정된 것처럼 하면 안 된다”(홍익표 수석대변인)고 반박하는데 야3당 구상의 최대공약수, 그리고 민주당과의 공통분모가 ‘연동형 비례제’다. 연동형 방식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이해찬 대표의 발언에 야3당이 ‘뒤통수를 맞았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다.

‘게임의 룰’ 손질은 플레이어들이 모두 합의해야 가능한 과업이다. 현행 선거제도를 통해 대대로 ‘과다대표’됐던 자유한국당이 버티고 있기에 이번에도 선거제도 개혁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민주당과 야3당이 의기투합해 자유한국당을 압박하는 게 그나마 유효한 경로였다. 그러나 이 대표는 선거제도 개혁을 위한 ‘연합 전선’을 초장부터 깨버렸다. “민주당이 지역구 의석을 다수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비례 의석을 얻기 어렵다”는 그의 발언은 암울한 결론을 예고하고 있어 더 문제다. 2015년 선거제도 협상에서 새누리당도 자기들 의석 줄어든다고 연동형 요소 도입을 끝까지 반대했다. 이젠 여당이 된 민주당이 ‘우리한테 불리하다’며 자유한국당과 한편이 돼버린 것이다. 선거제도 협상 과정에서 포위·고립될 위험에서 벗어난 자유한국당은 지금 웃고 있을 게다.

재선 욕심 있을 초선 의원도 아닌, 국무총리까지 지낸 7선의 이해찬 대표는 대체 왜 이런 발언을 한 걸까. 당원 토론회 발언에서 그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정조대왕 돌아가신 1800년 이후에 제대로 된 개혁·민주 세력이 집권한 건 딱 10년밖에 없다. 이번 기회를 우리가 놓치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반드시 우리가 잘 준비해서 내후년 총선에서 압승 거둬 가지고 2022년 대선에서 압승 거둘 수 있는 그런 준비를 지금부터….” 그의 소신인 ‘20년 집권’을 위해선 비례성이 거세된 승자독식 제도가 절실히 필요한 셈이다. 그의 꿈이 실현될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선거제도 개혁엔 짙은 먹구름이 꼈다.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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