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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사법개혁의 상징 / 김남일

등록 2018-12-04 18:19수정 2018-12-05 12:05

김남일
법조팀장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은 2003년 3월 문재인 민정수석 시절 만들어졌다. 2000년 청와대 경찰 직할부대였던 ‘사직동팀’이 해체된 뒤 검찰과 경찰을 파견받아 비공개로 운영하던 ‘별관팀’을 대통령비서실 직제로 공식 편입시킨 것이다. 문재인 수석은 “투명한 운영, 월권 및 권한 남용 방지”를 이유로 들었다.

16년 가까이 지나 벌집이 된 청와대 특감반 논란의 파장은 민정수석의 거취보다 더 심각하다. 우선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진두지휘한 조국 민정수석 발밑에서 벌어진 검경 갈등의 축도로 보는 시각이 있다.

민정수석실 반부패비서관 산하 특감반은 검찰과 경찰에서 파견 나간 수사관 8명으로 채워졌다. 경찰 고위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검찰의 못된 버릇이 청와대에 가서도 바뀌지 않았다”고 일갈했다. 경찰청 특수수사과에 검찰 수사관이 ‘특감반’이라며 밀고 들어온 게 기존 검경 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수사관이 이 정도이니 검사의 수사 개입은 평소 어땠겠냐는 것이다. 검찰의 생각은 또 다르다. 파견 수사관 개인의 일탈이 이렇게까지 커질 일인지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검찰 내부에선 “경찰에서 의도적으로 논란을 키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흥미로운 건 법무부, 검찰, 경찰의 태도다. 청와대는 “검찰과 경찰이 조사해서 밝힐 사안”이라고 했다. 해당 기관에서 매조지해 달라는 것이다. 진보·보수를 떠나 보통 청와대의 이런 태도를 ‘떠넘기기’ ‘유체이탈’이라고 비판해왔다. 다만 청와대가 저 정도 곤란한 처지가 됐다면 해당 기관에서 공개적으로 또는 전언 형식을 빌려서라도 알아서 ‘총대’를 메어줄 만도 하건만 그런 대속의 자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각 기관에서 들리는 얘기 속에는 ‘왜 자기들이 책임질 일을 우리한테 떠넘기느냐’는 못마땅함, ‘어떻게 일을 저런 식으로 처리하느냐’는 조소마저 느껴진다.

청와대는 여당까지 나서 방패막이가 되어줘야 하는 처지가 됐다. 야당이 떠들어서 일이 커진 게 아니다. 조국 민정수석은 대뜸 특감반 전원 교체를 결정했다. ‘질서있는 퇴각’이 가능했던 사안에서 청와대가 ‘청야 전술’이라도 쓰듯 스스로 확 불을 지른 것이다. 염결성을 강조하는 청와대가 기강쇄신 차원에서 내린 결정이라고 하는데, 사람들은 청와대 특감반 전체가 썩었다고 의심하기 시작했다. 폭격 지점을 찾지 못하고 헤매던 야당에 지피에스 좌표를 찍어준 셈이다. 정무감각은 정무수석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불똥은 국회 사법개혁 논의로도 튈 것이다. 여야는 지난 6월 조국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과 함께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두고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정쩡한 절충안이어서 검찰도, 경찰도, 시민사회와 전문가들도 만족하지 못하는 안이다. 입법 과정에서 생산적 논의가 절실하지만, 권력기관 개혁 동력은 엉뚱하게도 민정수석 사퇴 힘겨루기로 모아질 판이다.

5년마다 ‘주인’은 바뀐다는 권력기관의 본능이 아직까지는 세게 작동할 때가 아니다. 검찰과 경찰은 인사권자 앞에서는 한여름에도 살얼음판을 걷는다. 권력기관 개혁을 방해하려는 세력이 ‘사법개혁의 상징’인 민정수석을 흔든다는 주장은 그래서 딱히 와닿지 않는다.

올해 1월 조국 민정수석은 청와대에서 직접 권력기관 개혁안을 발표했다. 그렇게 시작한 2018년이 이렇게 끝나고 있다. 개혁의 상징은 사람이 아닌 성과에서 찾아야 한다.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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