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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겨레 프리즘] 20대 남성의 반문정서 / 한귀영

등록 2018-12-23 18:26수정 2018-12-24 13:50

한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정책센터장

20대 남성층에서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가장 낮다는 조사 결과가 화제다. 리얼미터의 17일 발표에 따르면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29.4%로 전체 남녀별 연령집단 중 가장 낮았다. 21일 발표된 갤럽 조사에서도 20대 남성의 지지율은 41%로 20대 여성(67%)과 격차가 컸다. 더욱이 이 조사에서는 문 대통령 국정지지율이 취임 뒤 처음으로 긍정평가(45%)보다 부정평가(46%)가 높았다. 지지율 하락의 핵심에 20대 남성이 있는 셈이다. 20대 남성은 왜 문재인 정부에 등을 돌리고 있을까?

주지하다시피 그 핵심에 젠더 이슈가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지지가 매우 높았던 반보수 리버럴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 상당수의 분위기가 급변했다. 물론 남초 커뮤니티의 ‘여혐’ 분위기는 꾸준한 현상이다. 지금은 비판의 과녁이 여성이 아니라 정부의 성평등정책으로 향한다는 것이 다르다. 이 문제를 추적해온 한 연구자에 따르면, “지방선거 이전까지만 해도 보수를 심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어서 정부의 성평등정책에 대한 불만이 노골화되지 않았다. 정치적 임무를 완수했다고 생각되자 젠더 이슈가 본격적으로 부상했고 반문 분위기도 강해졌다.”

20대 남성의 입장에 서 보자. 문재인 정부 집권 뒤에도 경제는 나아지지 않고 일자리도 막막한데, 정부의 성평등정책으로 기회는 축소되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은 별 영향이 없고, 새로 사회에 진출해야 하는 자신들만 불이익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한다. 학점과 필기시험이 당락을 좌우하는 공무원, 공공부문이 최고 직장인 시대다. 군 복무를 해야 하는 남성에게 성평등정책은 페널티에 가깝다. 어렵사리 공공부문에 취업해도 불이익은 계속된다. 여성은 안전하고 편한 내근직을, 남성은 궂은일을 맡는다. 교사들이 기피하는 격오지 근무는 ‘안전’을 이유로 남성 교사에게 집중되고, 같은 경찰이라도 여성은 위험하고 불편한 일에서 제외된다는 식이다. 20대 남성이 ‘정의론’에 관심이 많은 이유다. 그들은 이 사회가 자신들에게 불공정하다고 여긴다.

당연하게도 젊은 남성의 분노는 ‘밥그릇 문제’다. 그래서 중요하다. 어느 시의 제목처럼 “밥이 하늘이다.” 그리고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한국만이 아니라 트럼프를 뽑아버린 미국이, 노란 조끼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유럽이, 거의 모든 선진 산업국가가 앓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 양극화가 진행된 지 수십년이다. 주류에 속한다고 믿고 있던 집단들이 사회의 저 아래로 탈락하고 있다. 분노가 당연하다.

생각할수록 처방이 어렵다. 군 가산점 부활 같은 몇몇 정책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닌 탓이다. 20대 남성의 처지가 어려워졌다고 해서 동년배 여성의 처지가 나아졌나? 아니다. 20대 남성이 혐오하는 기성세대 남성은? 그저 살아남은 소수일 뿐. 그 세대 대다수는 이미 몇차례 타의로 직장을 떠났고, 지금 치킨을 튀기거나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있다.

여기서 기본소득, 신자유주의 극복 같은 근본대책을 논할 여력은 없다. 혹시 20대 남성은 여혐에다 사회적 약자를 관용하지 못하는 못난 세대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당장은 그 시선을 유보하는 데서부터 시작하자. 20대 남성 시민들은 그런 시선으로 더 심하게 상처받고 분노하고 있다. 우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보자. 정책이 문제인데 자세 따위가 중요하냐는 반론은 사양하고 싶다. 마음이 갈라서고 나면 정책 따위가 먹힐 리 없다. 시간이 많지 않다. hgy421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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