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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무능이 빚은 경제정책의 역주행 / 최배근

등록 2018-12-24 18:11수정 2018-12-25 13:37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노동존중’ 사회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노동계가 낙제점을 주고, 가계소득 강화를 목표로 하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에도 불구하고 ‘저소득층의 빈민화와 중산층의 저소득층화’가 지속되고 있다. 이런 역설을 지켜보며 문재인 정부에 안타까움을 느꼈던 분들은 경제팀 교체가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2기 팀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절망으로 바꾸어놨다. 1기 팀의 정책 실패는 대규모 장시간-저임금 근로자들에게 의존해 수명을 연장해온 저부가가치 사업장들의 존재라는 경제 적폐의 원인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다. 이 적폐의 근원은 (대기업-중소기업, 내수-수출, 가계-기업 소득 간) 불균형과 격차 사회를 구조화한 재벌중심체제라는 불공정 시스템과 더불어 (제조업 종사자가 줄어드는) ‘탈공업화’라는 산업구조 변화의 산물이다. 따라서 근로시간 단축과 임금 인상은 필연적으로 저부가가치 사업장들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가장 좋은 해법은 노동자를 저부가가치에서 고부가가치 사업장으로 재배치하는 산업 구조조정과 더불어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직자를 위한 안전망 확충 및 복지 강화다. 차선책은 산업 구조조정에 시간이 필요할 경우 저부가가치 사업장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범위에서 임금 인상을 제한하며 저소득 계층에 대한 정부의 직접 소득분배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박근혜 정부 말에 가계 중 하위 60%가 소득이 후퇴했던 상황에서 집권했음에도 상황 진단에 실패한 결과 정부 정책은 구멍이 많았고, 무엇보다 산업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 한국 경제에서 제조업 위기는 ‘시스템 리스크’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등 주력 제조업의 위기로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며 그 지역의 자영업이 타격을 입고, 상가 수요가 줄어들며 건물 경비나 청소, 임대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지방 부동산 시장의 냉각 등으로 확산되는 배경이다.

현 정부가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이해했다면 홍남기호는 출발할 수 없었다. 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뒤 홍남기의 일성은 규제 혁파를 통한 공유경제 활성화와 서비스산업 육성이었다. 정확히 2016년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의 부활이었다. 당시 공유경제를 카풀 사업 정도로 이해한 결과 실패했는데, 다시 반복하며 사회 갈등만 초래하고 있는 배경이다. 이어 14일 발표된 내년 경제정책 방향은 이명박근혜 정부 경제정책보다 한걸음 더 나아가고 있다. 많은 사회비용을 유발한 이명박의 철도 민영화를 박근혜는 도로·철도 등 53종 시설로 확대했는데, 홍남기호는 민간투자법을 개정해 모든 공공시설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재무적 투자자의 수익 보장과 실현은 국민들 몫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재정 집행의 효과를 높여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정 낭비 가능성도 무시하며 광역권 대표 공공프로젝트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겠다고 한다. 기업 투자 감소를 성장률 둔화의 원인으로 진단하고 그 성격이 무엇이든 기업이 돈을 쓰게 하겠다는 것이다. 본인이 갈증 난다고 양잿물 마시는 격에 비유한 배경이다. 이 밖에 소비·관광 활성화,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연장, 재정 조기집행 등은 박근혜 정부에서 경험한 익숙한 정책들이다.

단기 지표 관리는 (2015년 4분기부터 5분기 연속으로 성장률이 0%대이던) 박근혜 정부 말기의 대응방식이다. 문제는 이런 조처들로 고용과 가계소득 악화가 해결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올해 성장률에서 저소득층이 빈민화되고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는데 2기 팀 방식의 성장률 방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2기 팀 정책과 포용국가가 양립 불가능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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