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은 차관급이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 때인 1968년 신설 이후 언제나 막강했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감사원 등 권력기관을 관할하며 검증과 비위 감찰을 통해 고위공직자를 감시·견제하고, 권력기관 인사도 쥐락펴락했다.
힘이 센 만큼, 또 업무 특성상 끊임없이 정치적 표적이 된다. 한 전직 민정수석은 “소문이 안 나게 조심하지만, 인사가 끝나면 ‘민정이 누구를 찍어냈다’는 얘기가 돈다. 반면 국회에선 부실검증 책임자로 지목된다”고 했다. 국회 출석 요구도 ‘단골 메뉴’다. 노무현 정부의 문재인·전해철 수석이 국정감사 증인 등으로 나서면서 불출석 관행은 깨졌지만, 이후 모든 민정수석이 국회 출석을 거부했다. 박근혜 정부의 김영한 수석은 2015년 1월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과 관련해 여야 합의를 이유로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이 국회 출석을 지시하자, 거부하고 사퇴했다. 우병우 수석이 자리를 이었지만, 역시 출석은 거부했다.
김대중 정부 이후 지난 21년 동안 19명의 민정수석 가운데 14명이 검찰 출신이었다. 김대중 정부 첫 민정수석인 김성재(교수), 노무현 정부의 문재인·전해철(변호사)과 이호철(여행사 대표), 문재인 정부의 조국(교수) 수석만 예외다. 이들은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에 따라 검찰과 상당한 긴장 관계를 유지했다.
검찰 출신이라고 꼭 결말이 좋은 것도 아니다. 박근혜 정부의 초대 곽상도 민정수석은 채동욱 검찰총장을 장악하지 못한다는 이유 등으로 5개월 만에 교체됐다. 검찰 수사로 구속된 이도 많다. 우병우 수석이 대표적이다. 김대중 정부의 신광옥 수석은 2001년 ‘진승현 게이트’로, 노무현 정부의 박정규 수석은 2009년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조국 민정수석이 시련에 직면했다. 전직 청와대 특별감찰반 김태우 수사관의 폭로에, 자유한국당은 조 수석을 민간인 사찰 의혹의 ‘몸통’으로 규정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26일 민정수석실 내 반부패비서관실과 특감반을 압수수색했다. 국회 출석도 요구한다. 청와대에선 비위가 드러난 김 수사관이 “그대로 있지 않겠다”며 뒷거래를 시도하다 조국 수석이 원칙대로 잘라내자 앙심을 품은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유가 무엇이든 6급 검찰 수사관이 검찰개혁을 책임진 민정수석을 흔드는 모양새다. 원래 편할 날 없는 자리인데 더욱 불편하게 됐다.
신승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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