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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야! 한국 사회] 소비자를 위한 기업 / 손아람

등록 2018-12-26 18:46수정 2018-12-26 18:59

손아람
작가

카풀 서비스에 반대하는 택시기사가 자살했다. 여론은 싸늘해서 소비자를 겁박하는 ‘이기적인 죽음’으로만 여겼다. 사실 한국은 택시 운임이 매우 낮은 편이다. 요금을 지자체에서 규제하고 보조금으로 보상해준다. 택시비를 낼 때마다 지자체가 얼마씩 보태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보조금을 받지 않는 차량공유 서비스는 어떻게 택시 요금보다 저렴할까? 마진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전세계 차량공유 서비스 기업의 대부분은 적자 영업 중이다. 그들이 소비자를 위한 기업이어서일까?

우버가 파격적인 가격할인으로 파리를 공략했을 때 택시기사들은 파업했다. 한국처럼 소비자 이익을 해한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1년 만에 우버는 요금을 15퍼센트 더, 수수료를 25퍼센트로 인상했다. 이번엔 우버 기사들이 파업했다. 비슷한 상황의 시애틀에서는 기사들이 우버를 상대로 교섭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조 결성을 시도하고 있다. 그다음 단계의 일은 뉴욕에서 일어났다. 뉴욕은 우버가 택시보다 4배 많을 정도로 여객운송을 완전히 대체한 곳이다. 수요와 공급 균형에 따라 조절된다는 우버의 탄력가격제에 따르면 요금 폭락으로 소비자가 혜택을 봐야 하지만, 거꾸로 뉴욕은 우버의 평균요금이 택시보다 비싼 도시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도 우버 기사의 40퍼센트는 극빈소득층으로 전락했다. 규모가 커질수록 모두가 이득을 본다는 공유경제 이론은 중개독과점 시장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뉴욕의 우버 요금은 러시아워에는 2배 이상, 피크타임에는 10배 가까이 치솟는다. 우버는 고배율 요금구간 운행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승객은 탑승을 절대적으로 기피한다. 개점휴업 중인 우버 차량이 늘어나면서 교통체증은 끔찍하게 악화했다. 승객 부담은 늘어나고, 기사는 가난해지고, 우버만 돈을 벌었다. 처음에는 스마트한 경쟁자의 등장에 환영하며 규제에 반대했던 여론이 돌아섰다. 마침내 올해 뉴욕시는 우버 차량 대수를 제한하고 기사 임금을 보장하는 조례를 입안할 수 있었다. 8명의 택시기사가 자살한 뒤였다.

우버처럼 할인 공세로 시장을 점령한 카카오 대리운전의 사례에서 한국 공유 서비스의 미래를 점쳐보자. 조심스럽게 ‘고객 요금 입력제도’로 탄력가격제를 실험한 카카오 대리운전은 시장을 완전히 장악한 뒤 노골적인 ‘웃돈 요금제’를 도입했다. 수수료 20퍼센트 외 대리기사에게 배차권까지 판매하기 시작했고 비용 부담은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서비스 중개 기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장을 지배하는 것이다. 그때부터 수익을 극대화하는 가격정책이 가능해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를 위한 기업’으로 자세를 낮추고 덩치를 불려야만 한다.

한국에서는 차량공유 산업이 방해해선 안 될 대세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정작 우버가 자리잡은 세계의 대도시들은 신산업에 맞는 규제를 도입하는 추세다. 시장은 경쟁을 유지하고, 기사는 적정 임금을 보장받고, 소비자는 급격한 요금 인상 없이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차량 대수, 임금, 가격인상폭의 제한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물론 소비자를 위해 존재한다는 공유 서비스 회사는 이런 규제에 절대로 동의하는 법이 없다.

<포브스>는 우버가 규제를 피하려다 처한 난관이 아이러니하게도 20세기 초반 뉴욕에 처음 등장한 택시 산업이 규제 도입 전까지 겪었던 것과 똑같다고 평가했다. 기업이 소비자를 진정으로 위한다면 자기 자신을 충분히 위할 수 없다. 공유서비스의 핵심 전략은 공유가 아니다. 시장 지배자가 될 때까지 소비자를 공유의 인질로 붙잡아두는 데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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