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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김정은의 ‘신년사’ / 김이택

등록 2018-12-31 16:00수정 2018-12-31 19:38

1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은 다소 충격적인 신년 메시지를 내놓았다. 새해 연하장에 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공격을 당한 일본 나가사키에서 한 소년이 죽은 동생을 업은 채 화장터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을 담았다. 망연자실한 표정의 소년 사진 위에 적힌 제목은 ‘전쟁의 결과’. 핵전쟁의 참혹함을 경고하는 뜻이 담겼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역시 신년사에서 ‘핵무기에 대한 세계적인 불안이 냉전 이후 최고조에 달했다’며 ‘적색경보를 발령한다’고까지 했다.

그 전해 7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호를 발사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를 경고했고 북한은 ‘괌 주변 포위사격 검토’로 맞받았다. 9월 유엔총회에서 트럼프가 ‘북한 완전 파괴’ 공세를 펴자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태평양에서 ‘역대급 수소탄 시험’을 하겠다고 반격했다. 워싱턴에선 대북 ‘선제타격’ ‘예방타격’ 주장까지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고조되던 북핵 위기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였다. 미국 본토 전역이 북한의 핵 타격 사정권 안에 있고 핵단추가 자기 사무실 책상 위에 놓여 있다고 위협하면서도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힌 것이다. 남북간 교류협력 의사도 내비쳤다.

트럼프 역시 당일 트위터에서는 “나는 더 크고 강력한 핵 버튼이 있다”고 맞받았으나 같은달 30일 하원에서 한 새해 국정연설에선 인권 문제에 초점을 맞춰 북을 비난하면서도 자극적인 표현은 대폭 줄였다. 이후 평창 올림픽으로 조성된 대화 분위기 속에서 세차례 남북정상회담, 한차례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의 핵 위기는 큰 고비를 넘겼다.

북한 체제 특성상 최고지도자 신년사는 그해 정책 방향을 압축해 담아놓은 문서나 다름없다. 김일성 주석은 육성,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노동신문> 등의 공동사설을 통해 신년사를 발표했으나 김 국무위원장은 할아버지처럼 육성으로 발표하고 있다.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까지 불발되면서 그의 신년사 내용이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새해 서울 방문 의사를 밝힌 것으로 미뤄 남북, 북-미 협상 의지는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처럼 신년사로 돌파구를 열길 기대한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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