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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이념 논쟁에 가려진 협력이익공유제의 취지 / 김남근

등록 2019-01-07 17:42수정 2019-01-08 09:43

김남근
변호사·경제민주화네트워크 정책위원장

2011년 초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를 제안한 바 있다. 이명박 정부는 대기업 프렌들리 정책을 표방했는데도 대기업들이 기대와 달리 적극적인 투자와 고용 증대에 나서지 않고, 오히려 대기업-중소기업 간 격차가 심화되자 집권 후반기에는 ‘공정사회’를 표방하고 2010년 12월 동반성장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정 위원장은 ‘공정사회’로 가는 방법으로 동반성장위의 구실인 적합 업종 보호와 함께 이익공유제를 제안한 것이다. 그런데 당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서 이익공유제에 대해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이냐’며 거친 비판을 쏟아냈다. 그 뒤로 보수정치권과 보수언론은 이익공유제를 급진좌파 정책으로 공격했다.

하지만 이익공유제가 그리 낯선 제도만은 아니다. 영화산업의 경우에는 영화배우, 배급사, 제작사 사이에 관람객 수가 일정한 수 이상이면 수익을 배분하는 이익공유제가 일찍부터 발달해왔다. 스포츠 중계방송이나 게임산업, 인터넷콘텐츠 업계 등에서도 광고 수입이나 클릭 수에 따라 수익을 배분하는 이익공유제가 시행되고 있다. 성공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신제품을 출시하려는 대기업의 경우에도 협력업체와 실패에 따른 위험을 공유하는 대신, 성공하는 경우 그 판매 수익을 배분하는 이익공유제가 활용되고 있다. 1970년대 영국 항공기 제조업체인 롤스로이스는 차세대 항공기 엔진 생산을 위해 협력업체와 판매수익공유제 협정을 체결하여 사업을 성공시킨 바 있다.

융합기술이 중심이 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의 관계가 수직적 종속관계가 아니라 수평적 협력관계가 돼야 한다. 이미 플랫폼 경제를 이끌고 있는 구글, 애플, 아마존 등은 이익공유제 등을 통한 수많은 콘텐츠 생산업체와의 네트워크 협력체계 구축이 사업 기반이 되고 있다. 공유경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창출하는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재계가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무슨 공산주의 제도냐’는 색깔론 논쟁을 펴는 것은 안타깝다. 정운찬 위원장은 삼성전자는 목표이익을 달성하면 임원들에게 수백억원의 성과를 배분하고 있는데, 이러한 성과 배분을 하도급 업체들과도 시행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대기업이 얻는 이익에는 납품단가 후려치기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데도 이를 납품대금에 반영하지 않아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협력업체의 희생이 포함돼 있다. 이익의 일정 비율을 적립하여 협력업체의 기술개발이나 임금인상 지원 등에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는 ‘대기업 옥죄기가 아니냐’는 비난을 지나치게 의식해서 세제 혜택 등 대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도 접근하여 중소상공인 단체들이 대기업 본사와의 상생교섭을 통해 다양한 협력이익공유제를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중소기업 단체가 협력이익공유제와 같이 거래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상생교섭을 요구하는 행위를 담합행위 규제에서 제외하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업종별로 협력이익공유제의 다양한 모델을 만들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교섭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위해 국회에 제출된 법 개정안도 법으로 강제하려는 것보다는 대-중소기업 상생법상의 성과공유제처럼 협력이익공유제의 법적 근거를 만들고자 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재계에서는 ‘대기업 옥죄기’라고 비난하고 있는데, 협력이익공유제가 이념 논쟁의 늪에서 벗어나 대-중소기업 간 격차를 줄이고 상생경제를 실현하려는 본래의 목적대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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