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라늄(U-235)의 원자핵에는 핵자(양성자+중성자) 235개가 단단히 뭉쳐 있다. 이 원자핵에 중성자 1개가 충돌하면, 235개의 핵자는 두 덩어리로 갈라진다. 어린 시절 구슬치기할 때 구슬 235개가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을 다른 구슬로 쳐서 흩어버리는 것과 비슷하다.
구슬 235개는 모여 있을 때나 흩어져 있을 때나 무게에 변함이 없다. 그런데 원자핵에선 그렇지 않다. 핵자 235개는 뭉쳐 있다가 둘로 갈라지면 약간 가벼워진다. 대신 에너지가 나온다. 질량 일부가 아인슈타인의 유명한 방정식 ‘E=mc²’에 따라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다. 원자는 눈으로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작지만, 분열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 엄청난 에너지가 나온다. 석탄 에너지의 300만배라고 한다. 불과 몇㎏을 한번에 터뜨리면 끔찍한 핵폭탄이 되고, 연쇄반응이 서서히 일어나게 제어하면 전력생산용 발전소가 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신년사에서 전력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조·수력, 풍력과 함께 ‘원자력’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1만3천자나 되는 신년사에 딱 한번밖에 안 나오지만, 원자력발전소 건설 의지를 읽어내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
우라늄 매장량이 풍부한 북한이 오래전부터 경수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희망해왔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 때도 1000㎿ 경수로 2기를 지어주는 조건으로 미국에 핵 동결을 약속했다. 그러나 제네바 합의가 파기되고 외부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되자 자체 기술 개발로 방향을 틀었다.
북한은 2010년 11월엔 영변을 방문한 미국의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에게 열출력 100㎿ 규모의 실험용 경수로 건설 현장을 공개했다. 공사는 불과 몇달 전 시작됐으며 당시는 터파기 단계였다. 북한 기술진은 이미 가동중인 원심분리기 2000기에서 우라늄을 3.5%로 농축해 경수로 연료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봄에는 이 실험용 경수로가 시험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애초 북한이 2012년 완공 예정이라고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많이 늦어지고 있다. 개발 과정에서 기술적 난관이 적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신년사에서 말한 대로 이제 북한이 “원자력 발전 능력을 전망성 있게 조성해” 나갈 수준에 다가선 것일까.
박병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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