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보수세력 한반도 정책 대안은 있나

등록 2019-01-23 17:58수정 2019-01-24 11:57

한심한 일은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보수 성향 언론들이 미국 연구기관 보고서와 미국 언론의 편향 보도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한심한 일은 그런 언론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보수 정당과 보수 정치인들의 행태다.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분단 대한민국에서 통일과 한반도 평화는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과제일 수밖에 없다. 통일이라는 당위론이 북한의 핵무장 이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라는 현실론으로 대체되고 있을 뿐이다.

지금은 감옥에 있는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북한 핵 문제 해결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깊은 고민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핵·개방·3000’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북한의 핵 포기 시작부터 단계별로 북한을 지원하는 내용을 상세히 담고 있었다. ‘단계적 병행론’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7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과거 남북 간에 합의된 7·4 공동성명, 남북기본합의서, 비핵화 공동선언,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의 이행 방안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놀라운 제안을 했다. 그러나 때마침 터진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남북관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운명의 여신이 한반도를 외면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북한이 핵 보유 선언을 한 2005년 한나라당 대표였다. 그는 미국을 방문해 헤리티지재단과 컬럼비아대학에서 연설했다. 북핵 문제 해법으로 ‘밥상론’을 제시했다.

“서양에선 음식을 먹을 때 수프, 메인요리, 후식 등이 단계적으로 나오지만 한국은 밥상에 밥, 국, 찌개, 반찬 등을 한꺼번에 다 올려놓고 먹습니다. 북핵 문제 또한 미국이 생각하는 것처럼 단계적인 접근 방법도 좋지만, 한국인들에게는 한 상에 해법을 모두 올려놓고 포괄적으로 타결하는 방법이 익숙합니다.”

‘일괄타결론’이다. 그는 학생들과의 문답에서 “한-미 동맹뿐만 아니라 북핵 문제도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이해할 줄 알아야 한다. 역지사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놀라울 정도로 전향적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정치·군사적 신뢰 구축과 사회·경제적 교류협력의 상호 보완적 발전’을 공약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말했던 바로 그 신뢰를 쌓고 있다. 운명의 여신은 참 짓궂다.

2월 말 예정된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비핵화로 가는) 길에 좋은 이정표를 갖게 될 것으로 믿는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북한과 미국이 지난해 6·12 1차 정상회담에서 ‘무엇을’에 합의했다면, 이번 2차 정상회담에서는 ‘어떻게’에 합의할 것이다. 우리는 북한, 미국과 함께 상황 전체를 치밀하게 관리해야 한다.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다”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전적으로 옳다.

이제부터는 한반도 긴장 완화를 원치 않는 세력의 방해를 물리치는 것이 중요하다. 군산복합체의 영향을 받는 미국 연구기관들이 북한 미사일 기지에 대한 의구심을 또다시 드러내기 시작했다. 반트럼프 언론들은 2차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또 당할 것이라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한심한 일은 우리나라에서 이른바 보수 성향 언론들이 미국 연구기관 보고서와 미국 언론의 편향 보도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 한심한 일은 그런 언론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는 보수 정당과 보수 정치인들의 행태다.

자유한국당은 2월 중순 나경원 원내대표, 강석호 외교통일위원장, 김재경 의원 등 방미단을 구성해 자유한국당의 의견을 미국에 전달하기로 했다. 아슬아슬해 보인다. 자유한국당은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남북군사합의서를 폐기하겠다는 사람들이다.

2·27 전당대회에 출마할 당권 주자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핵 개발론을 꺼내 들었다. 당내 득표용이겠지만 해도 너무한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우리가 견고하게 하나로 북한 비핵화에 노력하지 않는다면 정말 위험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나라의 안전이 걸린 문제를 낭만적으로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다른 당권 주자들도 마찬가지다. 태극기부대 수준이거나 전혀 내용이 없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했던 고민과 성찰의 흔적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보수 언론과 정치인들은 최근 한반도 정세 변화에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 때문일까? 그게 전부가 아닐 것이다. 그들이 바로 분단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이다. 진짜 보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닌가? 아니라면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정책 대안을 내놓아보라.

shy9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김건희 수렁’ 이토록 몰염치한 집권세력 1.

‘김건희 수렁’ 이토록 몰염치한 집권세력

[사설] 전직 감사원장들의 한심한 ‘탄핵 반대’ 성명 2.

[사설] 전직 감사원장들의 한심한 ‘탄핵 반대’ 성명

‘입법 폭주’와 ‘사이다’ [한겨레 프리즘] 3.

‘입법 폭주’와 ‘사이다’ [한겨레 프리즘]

범죄·코믹·판타지 버무렸다…볼리우드식 K드라마의 탄생 4.

범죄·코믹·판타지 버무렸다…볼리우드식 K드라마의 탄생

[사설] 가상자산 과세도 2년 유예…‘감세’만 협치하는 여야 5.

[사설] 가상자산 과세도 2년 유예…‘감세’만 협치하는 여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