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다 친구야!’ 사무국장 ‘5·18 망언’을 보면 또 지역감정을 자극해 반사이익을 노리나 싶다. 케케묵은 이념갈등으로 정치적 이득을 챙기려면, 소재는 얼마든지 있다. 하필 5·18 민주화운동을 내세운 건 드러내놓고 지역주의에 기대 지지세력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고의적인 5·18 민주화운동 왜곡과 폄훼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지역감정까지 이용하려는 시도는 이참에 제대로 정리하고 가야 한다. 최근 자유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국회에 ‘5ㆍ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처벌 조항이 핵심이다. 특별법에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비방과 왜곡을 처벌하도록 못 박아 이런 망언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논란 중에 권영진 대구시장이 이용섭 광주시장에게 보낸 사과 문자 메시지가 위안이 되었다. 권 시장은 “당 소속 일부 국회의원들이 저지른 상식 이하의 망언으로 5·18 정신을 훼손하고 광주시민들에게 깊은 충격과 상처를 준 데 대해 사과한다”고 했다. 이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시장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며 메시지를 공개했다. “대구시민들의 형제애가 절절히 느껴진다. 대구와 광주 시민들이 함께 일군 연대의 힘”을 강조했다. 이 메시지 공개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도 있지만, 계산된 정치적 행보라 해도 박수를 보낸다. 관련 인터넷 기사에 이어진 시민들의 댓글도 따뜻했다. ‘대구시민으로 시장의 이번 사과로 짐을 덜었다’거나 ‘호남 출신 경기도민인데 대구시장의 사과에 진심으로 눈물이 난다’는 글을 보며 뭉클했다. 이런 건강한 시민들을 상대로 지역감정을 부추기려는 수준 낮은 시도가 유의미한 정치적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진보의 심장’ ‘보수의 심장’ 이라며 여전히 두 지역을 구분하려 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영호남 갈등은 과거완료형에 가깝다. 오히려 수도권 집중이 강화될수록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구분이 또렷해지고 있을 뿐이다. 이번에 주고받은 메시지 끝에 두 시장 모두 ‘달빛동맹을 더 굳건히 하자’고 다짐했다. 대구와 광주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다른 지역에선 달빛동맹이 생소할지도 모르겠다. 달빛동맹은 대구의 옛 이름인 ‘달구벌’과 광주의 우리말인 ‘빛고을’의 앞 글자를 따서 지었다. 의미도 있고, 입에도 착 붙는 이름이다. 2009년 의료산업 협약을 시작으로 2013년 달빛동맹 강화 협약을 맺으면서 해마다 꾸준히 교류를 넓혀가고 있다. 2014년부터 두 도시는 서로 광주 5·18 기념식과 대구 2·28민주운동 기념식에 공식적으로 참석하고 있다. 대구와 광주의 관광상품을 같이 개발하고, 사회적경제 활성화에도 힘을 모은다. 두 지역 은행을 중심으로 300억원 규모의 달빛펀드를 꾸려 영호남 벤처, 창업기업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주와 대구를 비롯해 영호남 지방자치단체들이 함께 ‘달빛내륙철도’ 추진에 나섰다. 대구와 광주 사이 지자체 10곳을 준고속철도로 연결해 1시간 생활권으로 엮자는 것이다. 철도로 새 광역경제권이 형성돼 영호남의 침체된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처럼 달빛동맹은 상징적인 교류에 그치지 않고, 사회경제 여러 분야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내는 중이다. 달빛동맹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소식이 하나 더 있다. 지난해 말 대구에서 열린 달빛동맹 민간협력위원회에서 광주시에 228번 버스 도입을 건의했다. 대구에는 2·28기념중앙공원 앞을 오가는 518번 버스가 있다. 의도하지 않은 배치지만, 민주화운동의 역사를 되새기는 버스 노선으로 의미를 둘 수 있다. 이처럼 광주에도 대구 2·28민주운동을 상징하는 228번 버스 노선을 신설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다. 광주시가 실무적인 검토에 들어갔으나 간단한 문제는 아닌 모양이다. 그럼에도 이런 상상을 한다. 518번, 419번 버스와 나란히 228번 버스도 광주 시내를 달리면 좋겠다. 228번이 국립 5·18민주묘지로 가는 버스라면 더욱 뜻깊겠다. 더 단단한 달빛동맹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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