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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토건족의 숙주, 4대강 보와 영주댐/ 안영춘

등록 2019-03-04 18:11수정 2019-03-04 19:31

1987년 노태우 대통령 후보가 ‘새만금 공약’을 발표했을 때, 농지개량조합(현 한국농어촌공사) 사람들은 “100년 먹거리가 생겼다”며 환호작약했다. 그들의 예지력은 얼마 전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된 새만금 국제공항 사업으로 거듭 증명됐다. 갯벌 메운 땅을 어디에 쓸지 30년 넘게 정하지 못한 채 돈이 계속 들어가고 있지만, 덕분에 누군가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는다.

4대강 사업도 “완공 없는 사업이 될 것”이라 했다.(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 예상대로 2012년 준공 이후 수질은 나빠지고, 인적 없는 300여개 수변공원은 잡초밭으로 변했다. 보 안전성도 논란이 됐다. 그러나 누군가에겐 돈 나올 구멍이 끝없이 열리는 셈이다. 그 돈이 흘러드는 곳은 애초 4대강 사업을 벌였던 이들의 주머니다. 그들이 사업 ‘완료’를 끔찍이 싫어하는 이유다.

그들의 이름은 ‘토건족’이다. 버블(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에서 나온 말이다. 흔히 건설자본만 이른다고 알고 있지만 국회의원-건설자본-관료의 ‘삼각 카르텔’을 가리킨다. 사업성은 묻지 않고, 비용 느는 걸 외려 반기며, 문제 유발자와 해결사가 한몸인 게 특징이다. 한국도 토건족의 지배력은 일본 못지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유력 언론들이 결합한 ‘사각 카르텔’이란 것이다.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금강과 영산강의 보 5개 가운데 3개를 해체하는 방안을 제시하자 토건족도 바빠졌다. 건설자본과 관료들은 닌자처럼 소리 없이 행동한다. 앞에서 떠드는 건 일부 정치권과 언론의 몫이다. ‘지난 정권 지우기론’부터 ‘충청·호남 홀대론’까지 온갖 정치적 선동을 쏟아내고 있다.

토건족에게 보 해체는 기생할 숙주의 소멸을 뜻한다. 오래전 잊힌 ‘엠비(MB)의 추억’까지 소환하는 건 그만큼 다급하다는 얘기다. 남은 낙동강·남한강 보 11개를 둘러싼 전초전 성격도 강하다. 매몰 비용을 들어 해체를 반대하는 건 새만금 때와 똑같다. 일부터 저지른 다음 너무 늦었다고 버티는 상투적 수법을 이젠 끊을 때가 됐다.

2016년 완공된 영주댐은 꼬리가 가장 긴 4대강 사업이다. 이전 정부에서 폐기했던 사업을 슬쩍 끼워 넣고는 1조원 넘는 돈을 쏟아붓더니, 수질이 너무 나빠져 여태 담수도 못 하고 있다. 그러고도 얼마 전엔 댐 위에 거대한 인공폭포까지 조성했다. 4대강 재자연화의 마무리는 영주댐 해체라고 본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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