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팀장 “통상 명예훼손 사건을 경찰에서 수사해온 전례에 따랐다.” 검찰은 지난달 21일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 사건 수사를 경찰에 넘겼다. 직접 수사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자신들에게 접수된 이 사건 고발장 4건을 국회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검에 이첩했다. 남부지검은 여기에 자신들에게 접수된 고발장 1건까지 얹어 영등포경찰서로 모두 ‘퉁쳤다’. 5·18 망언은 검찰 말처럼 정말 그저 그런 명예훼손 사건일까. 망언에 대한 시민의 분노는 차치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헌법 정신 부정이자 민주주의 훼손”(2월18일) “분노를 느낀다. 함께 맞서겠다”(2월20일)고 했다. 통상 대통령은 이런 높은 수위의 발언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그런데 검찰은 대통령 발언이 나온 직후 “통상적”이라며 대수롭지 않아 했다. 무안할 정도다. 야당 탄압 논란을 피하기 위한 심모원려일까. 아니면 대통령 말 한마디에 촌스럽게 검찰권을 발동하며 요란 떨지 않겠다는 의연함일까. 통상 검찰은 대통령의 지나가는 말조차 흘려듣지 않는다. 그 숨소리까지 주워 담아 심기를 살폈다. 금과옥조의 수사 가이드라인으로 삼았다. 통상 경찰에 넘길 사안이거나 처벌이 어려운 사건이라도 대통령이 관련됐거나 관심을 가진 사안이면 서울중앙지검이 나서서 영장을 청구하고 기소했다. 통상 당사자 고소가 필요한 명예훼손 사건도 마찬가지였다. 고소가 없어도 수사했다. 법원에서 무죄가 난 ‘박근혜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의혹 제기’ 명예훼손 사건이 극명한 예다. 수사권 조정에 반발하는 검찰은 틈만 나면 ‘법률가’인 검사와 그렇지 않은 경찰을 비교한다. 경찰 수사를 믿지 못해 검찰에 수사를 맡기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느냐는 것이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5·18 망언은 사실관계가 명확하다. 망언을 내뱉는 영상도 있고, 전당대회를 의식한 정치적 고의성도 분명하다. 검찰은 몇년 전 같은 내용의 사건을 기소해 법원에서 유죄를 받아냈다. 낯뜨거운 억지 수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수사 명분은 차고 넘친다. 망언이 국회의원 면책특권 대상이 되는지 법률적 판단만 남았다. 이럴 때 ‘우리가 법률가’라며 경찰을 제치고 나서야 할 검찰이 통상적이지 않게 뒤로 빠졌다. 왜? 수사권 조정, 검찰개혁을 빼고는 이해하기 힘들다. 청와대 골려먹기다. 검찰은 청와대 전직 특별감찰반원 사건을 서울동부지검과 수원지검으로 찢어놨다. 청와대 쪽 수사를 맡은 동부지검은 수사 속도가 빨라 연일 청와대 관련 의혹 보도가 쏟아진다. 반면 전직 특감반원 비리를 수사하는 수원지검은 소환조사만 띄엄띄엄 한다. 비리로 해임한 전직 검찰 수사관 수사가 이렇게 몇달씩 끌 만한 사안인지 물으면 검사들도 딱히 설명을 못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이 터졌다. 당시 검찰은 “국기문란행위”라는 대통령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까지 동원해 수사에 나섰고, 경찰 출신 전직 청와대 행정관은 한달 만에 구속기소됐다. 최근 자유한국당 의원 수십명이 “청와대 수사를 똑바로 하라”며 검찰총장 접견실을 점거했다. 살풍경하기보다 ‘견학’ ‘응원’으로 보인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경찰로 넘어간 5·18 망언 수사도 2주일째다. 박근혜 정부 경찰은 ‘5·18 광주 북한 특수군 개입’을 주장하는 집회는 눈감아주고, 대통령 비방 전단을 뿌린 이는 당사자 고소 없이도 바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참으로 통상적인 수사였다.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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