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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문재인 정부 인사 무엇이 문제일까

등록 2019-04-01 17:59수정 2019-04-01 19:09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은 집권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삼고초려할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지 못한 것이다.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 그렇다고 이념과 노선이 다른 사람들을 쓰면 안 된다.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지난 2월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조국 민정수석(왼쪽)과 조현옥 인사수석이 지난 2월11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 앞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참여정부 인사의 최고 실세는 시스템이었다. 인사수석이 추천하고 민정수석이 검증하고 인사추천회의에서 최종 후보자를 결정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시스템 속에서만 인사를 했다. 드물게 대통령이 특정인을 후보군에 포함해 검토해 달라고 요구하거나 특정인에 대해 호감을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경우에도 인사추천회의에서 부적격 판정을 내리면 노무현 대통령은 따랐다.

참여정부 인사수석을 지낸 박남춘 인천시장이 2013년 대표 집필한 <대통령의 인사> 추천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내용이다.

문재인 정부 인사의 최고 실세도 시스템일 것이다. 조현옥 인사수석이 추천하면 조국 민정수석이 검증하고 노영민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인사위원회에서 최종 후보자를 결정할 것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 후보자들이 인사청문회와 민심의 벽을 넘지 못하고 낙마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도대체 왜 그럴까?

문재인 대통령이 시스템을 존중하지 않는 것일까? 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이 갑자기 낮아진 것일까? 그럴 리가 없다. 야당과 언론은 ‘캠코더’(대선캠프·코드·더불어민주당) 인사 탓이라고 한다. 정말 그럴까?

시작은 김영삼 정부였다. 고위 공직자 재산 공개가 시작되면서 서울시장, 법무부 장관, 건설부 장관, 보사부 장관이 날아갔다. 김대중 정부에서는 총리 후보자 2명이 잇따라 낙마했다. 시스템이 작동했다는 참여정부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는 세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 공직자들은 청렴했을까? 그럴 리가 있나. 재산을 공개하지 않았고 검증도 없었다. 모르고 지나갔을 뿐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문민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정치권과 공직 사회 등 사회 지도층에 대해 보다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여론이 급속하게 확산되었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김영삼 정부 이후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어쩌면 지극히 정상일 수 있다. 낙마한 공직 후보자 인사는 다시 하면 된다. 검증 장치는 고치면 된다.

캠코더 인사라는 비판도 말이 되지 않는다. 전두환 노태우 정부는 티케이, 김영삼 정부는 피케이, 김대중 정부는 엠케이(목포·광주), 노무현 정부는 386 전성시대였다. 이명박 정부는 ‘고소영 에스라인’(고려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이었고, 박근혜 정부는 ‘태평성대’(성균관대)였다. 지연, 학연 등 연고주의보다 이념과 노선이 같은 사람을 기용하는 코드 인사가 훨씬 건강하다.

문재인 정부의 인사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국적으로 고르게 인사를 등용하겠습니다. 능력과 적재적소를 인사의 대원칙으로 삼겠습니다. 저에 대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유능한 인재를 삼고초려해서 일을 맡기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잘못은 집권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삼고초려할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지 못한 것이다.

왜 그랬을까? 문재인 대통령은 본래 좀 소극적이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재 발굴 시스템을 가동했어야 했다. <대통령의 인사>에 이런 내용이 있다.

“참여정부는 가만히 앉아서 인재를 기다리지 않았다. 숨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발로 뛰는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광역시·도를 강행군하면서 10번에 걸친 지역토론회를 개최했다. 지역별·영역별로 인사자문위원회를 두고 이들로부터도 추천을 받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런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다. 조현옥 조국 수석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까지 기용한 사람들은 대략 세 부류인 것 같다. 부산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 노무현 청와대 사람들, 그리고 민주당 사람들이다.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인재풀을 넓혀야 한다. 그렇다고 이념과 노선이 다른 사람들을 쓰면 안 된다.

“인재를 쓸 때 반드시 팀으로 써야 한다. 이른바 국가경영의 철학과 비전이 비슷한 인재들로서 팀을 이루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로 상이한 세계관이나 국정운영의 철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모아서 쓰면 반드시 국정운영의 혼선과 혼란이 온다.”

김영삼 정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과 한나라당 의원을 지낸 박세일 전 서울대 교수가 <대통령의 성공 조건>이라는 책에 이렇게 썼다. 맞는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청와대와 행정부 인사에서 많은 사람이 혀를 내두를 정도의 용인술을 보여줬다. 깊이 고민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때의 그 감동이 그립다.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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