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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성한용 칼럼] 패스트트랙이 모두를 살릴 것이다

등록 2019-04-22 17:18수정 2019-04-22 19:22

정치 선진화로 가는 길에 선거법 개정과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승자독식의 정치를 끝내고, 연대와 공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정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양극화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방안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연합뉴스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이 22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선거제·개혁법안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처리 방안 등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의당 윤소하, 민주평화당 장병완, 바른미래당 김관영,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연합뉴스

체제와 정권을 수호하던 공안검사가 정책과 대안을 고민하는 대선주자로 진화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가능하기는 한 것일까?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김정은 대변인 역할만 하고 있다”고 저주를 퍼부었다. ‘김정은 수석대변인’ 국회 연설 한방으로 이른바 보수의 캡틴 마블로 등극한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질투심을 느낀 것일까?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잡는 데 혈안이 된 것일까?

황교안 대표의 구상은 아마 이럴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발을 꽁꽁 묶으면 내년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이 이긴다. 자유한국당이 이기면 자신이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가 된다. 대선 후보가 되면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에서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에 당선된다.

참 쉽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대통령이 되면 무엇이 달라질까? 황교안 대표는 경제를 살리고 양극화를 해소하고 실업난을 극복할 수 있을까?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없을 것이다. 잘해 봐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 걱정은 내년 총선까지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포용국가로 가기 위한 정책 묶음이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소득주도성장은 비틀거리고 공정경제는 한 발짝도 떼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능한 정권’ 프레임에 갇혔다. 문재인 정부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통째로 망가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정치 자체의 죽음을 목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모든 책임을 황교안 대표에게 물을 수는 없다. 근본 원인은 따로 있다. 1987년 6월항쟁으로 도입한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다. 5년 단임 대통령제와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는 원리가 같다. 승자독식이다.

승자독식 권력구조에서 여야는 극한 대치를 거듭할 수밖에 없다. 역대 정부에서 야당은 맹목적으로 정부여당의 발목을 잡았다. 여당은 밥 먹듯이 법안을 날치기 처리했다. 지역 갈등, 계층 갈등, 세대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절대 권력을 놓고 벌이는 정치적 갈등이 결국 경제 갈등과 사회 갈등으로 치닫는 것을 정치인들도 모르지는 않았다. 1990년 노태우-김영삼-김종필 내각제 합의 각서, 1997년 디제이피 내각책임제 합의는 이런 갈등을 막으려 했던 흔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도 마찬가지다.

승자독식 폐해를 줄이고 국회 몸싸움을 막아보려는 정치인들의 노력은 2012년 국회선진화법을 낳았다. 2012년 국회법 개정 이유는 “물리적 충돌을 방지하고 소수 의견이 개진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심의”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 ‘효율’을 위한 제도가 바로 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패스트트랙)이다.

국회의장의 본회의 부의 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한 85조(심사 기간)와 달리, 85조의2(안건의 신속처리)에는 별다른 요건이 없다. 지극히 정상적인 입법 절차라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22일 원내대표 합의문을 내놓았다. 23일 의원총회 추인, 25일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신속처리 대상 안건 지정에 성공하면 앞으로 정국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당분간은 자유한국당 반발로 국회가 마비될 것이다. 하지만 기간은 오래갈 것 같지 않다.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살길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는 여러 가지 타협이 가능하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면서 국회의원 정수를 330명으로 늘려 지역구 의원들의 출마 기회를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 자유한국당이 제시하는 협상안을 포함해서 선거구제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방법도 물론 가능하다.

여·야·정 국정 상설협의체도 결국 재가동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입법과 자유한국당이 요구하는 규제개혁을 일괄타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개헌 논의를 재개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서명한 지난해 12월15일 5당 원내대표 합의문에는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정치 선진화로 가는 길에 선거법 개정과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개헌은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승자독식의 정치를 끝내고, 연대와 공존,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정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그래야 양극화를 해소하고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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