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Palme d’Or)은 얼마 전 봉준호 감독의 쾌거로 우리에게 더욱 친숙해졌다. 칸 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에 수여하는 상의 명칭에 종려가 들어간 것은 종려나무가 영화제 개최지인 프랑스 남부도시 칸의 문장이기 때문이다. 종려는 또 승리를 상징한다고 한다. 상패는 종려 잎사귀가 줄기에서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나가는 모양을 형상화한다.
칸 영화제의 누리집에 소개된 글을 보면, 종려나무의 연원은 로마제국 말기인 5세기에 활동했던 ‘성 오노라’(성 호노라투스) 대주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성 오노라 대주교는 칸 앞바다의 ‘레랭’ 섬에 살았는데, 종려나무에 올라가 섬에 서식하던 맹독성 뱀을 없애달라고 신에게 기도했다. 신은 거친 파도를 일으켜 그의 기도에 응답했고, 이에 성 오노라 대주교는 감사의 표시로 섬에 자신의 이름을 딴 수도원을 지었다고 한다. 수도원은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
애초부터 황금종려상이었던 건 아니다. 영화제가 처음 열린 1946년부터 54년까지는 ‘그랑프리’(대상)였다가, 55년부터 황금종려상으로 바뀌었다. 이후 64년부터 74년까지 그랑프리로 복귀했다가 75년부터 다시 황금종려상이 돼 오늘에 이른다.
개최지와 연관한 이런 작명 방식은 다른 유럽 영화제에도 있다. 베네치아 영화제의 ‘황금사자상’(Leone d’Oro)은 한때 지중해 상권을 장악했던 해상 도시국가 ‘베네치아 공화국’(7세기~18세기)에 기원을 둔다. 성경 마가복음의 저자 마가(성 마르코)는 베네치아 공화국의 수호성인이었는데, ‘날개 달린 사자’는 마가의 상징이었다. 한국인으로는 김기덕 감독이 2012년 <피에타>로 이 상을 받았다.
베를린 영화제의 ‘황금곰상’(Goldener Bär)은 곰이 베를린의 상징 동물이라는 사실에서 비롯했다. 곰이 베를린을 대표하게 된 배경에 대해선, 슬라브계 어원을 가진 베를린의 ‘베르’(Ber) 발음이 독일어 곰의 발음 ‘베어’(Bär)와 비슷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명이 유력하다. 아쉽게도 황금곰상은 아직 한국과 인연이 없다.
박병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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