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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위험한 유혹’, 정치 1번지 종로

등록 2019-06-09 18:06수정 2019-06-09 19:42

서울시 종로구의 명칭은 일제가 1943년 경성부(서울)에 7개 구(區)제도를 시행할 때 지금의 종로1가에 도성문의 개폐시각을 알리는 큰 종을 매단 종루(鐘樓)가 있는 거리라는 뜻으로 종로라 이름을 붙이면서 시작됐다. 종로구는 면적 23.91㎢로 평창동·삼청동·혜화동 등 17개 동이 있다. 호적 인구는 140만명인데 상주 인구는 17만명뿐이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종로구 유권자는 15만6261명에 그쳤다. 유권자는 계속 줄고 있다. 지난 16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18만750명이었는데 도심 공동화와 젠틀리피케이션으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정치 1번지라는 명성은 확고하다. ‘권력의 심장’ 청와대가 있고, 1948년 ‘5·10 제헌국회 선거’ 이래로 정치 거물의 각축장이었기 때문이다.

종로는 야성이 강했다. 8대 총선까지 야당이나 무소속 후보만 선택했다. 제헌국회 선거에선 조선민주당 이윤영(종로갑), 무소속 장면(종로을) 후보가 당선됐다. 장면은 국무총리와 부통령을 거쳐 4·19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무너진 뒤 `장면 내각’을 이끌었다. 한국전쟁 직전인 1950년 5월30일 치러진 2대 총선에선 종로갑에서 대한부인회 회장 출신 박순천이 당선됐다. 그는 이후 민주당 총재, 민중당 최고의원, 신민당 고문을 역임했다. 1954년 3대 총선에서 승리한 윤보선은 종로에서 내리 3선을 했고, 1960년 8월 제4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종로와 중구가 합쳐진 9대 총선부터 12대 총선까지는 여야 후보가 동반 당선됐다. 9대엔 장기영(공화당)·정일형(신민당) 10대는 정대철(신민당)·민관식(공화당), 11대엔 이종찬(민정당)·김판술(민한당)이 금배지를 달았다. 종로는 항상 뜨거웠지만 1985년 2월12일 12대 총선의 열기는 대단했다. ‘정치활동 금지’에서 풀린 김대중·김영삼은 신한민주당을 창당하고 종로에 초대 총재 이민우를 내세웠다. 옛 서울고에서 열린 종로 합동연설회에 청중 7만명이 모여들며 시작된 신민당 돌풍은 전국으로 번졌고 신민당은 지역구 50석, 전국구 17석을 휩쓸며 전두환 정권에 맞설 제1야당의 위치를 굳혔다. 종로의 성가를 더욱 높인 건 1996년 15대 총선이다. 이명박과 노무현이 맞붙은 총선에서 이명박이 승리했지만 그가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해 실시된 1998년 7월 재보궐선거에선 노무현이 종로를 거머쥔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이 됐고, 종로는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겐 결단의 승부처가 됐다.

자유한국당 총선의 밑그림을 그리는 여의도연구원장 김세연 의원이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 결단”을 거론했다. 여권에선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의원의 종로 사수 의지가 강한 가운데 이낙연 총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종로의 유혹엔 항상 위험이 따른다. 2000년 이종찬, 2008년 손학규, 2012년 홍사덕, 2016년 오세훈 등 거물들이 종로에서 패배의 쓴잔을 마셨다.

신승근 논설위원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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