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 강석연 바이오생약국장이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청주/연합뉴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넷째 아들’이라고 칭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출생 과정은 베일에 가려 있다. ‘세계 첫 골관절염 유전자치료제’라던 인보사의 일그러진 신화의 시작은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코오롱그룹은 1999년 미국에 코오롱티슈진을 설립하고, 인보사 연구개발을 시작한다. 치료제 주성분인 성장촉진물질(TGF-β1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삽입한 ‘형질전환 연골세포’ 개발 시점은 2000년대 초로 알려져 있다. 2005년 이관희 전 코오롱티슈진 대표를 비롯한 연구진은 “성장촉진물질을 스스로 분비하는 형질전환 연골세포를 만들었고, 쥐 실험에서 연골 생성 효과를 확인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러나 14년 뒤 확인된 주성분은, 암세포처럼 증식력이 매우 강해 의약품 용도로 사용하지 않는 ‘신장유래세포’(293세포)였다.
그렇다면 형질전환 연골세포는 언제, 어떻게 신장유래세포로 뒤바뀐 것일까. “2000년대 초반 연구노트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 형질전환 연골세포를 어떻게 만드는지 자료가 없었으며, 실물도 확인하지 못했다. 실제로 형질전환 연골세포가 만들어졌는지 확신하기 어렵다.” 미국 코오롱티슈진 조사를 다녀온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들의 말이다. 제약업계 연구자들은 “‘연구노트’가 없다는 건 상식 밖 이야기”라고 했고,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이 자료를 보관하지 않았다는 것은 더더욱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주성분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은’ 인보사가 상품이 되기까지, 식약처는 1·2·3상 임상시험 승인 및 판매 허가를 내주었고 정부 부처는 연구개발(R&D)을 지원했다. 복지부 ‘신약개발 지원사업’(2002~2007년), 산업부 ‘바이오스타 프로젝트’(2005~2011년), 복지부-과기부 ‘첨단바이오의약품 글로벌 진출사업’(2015~2018년) 등을 통해 최소 147억원의 국비가 코오롱에 들어갔다. 임상 승인 및 판매 허가, 국가 연구개발 과제 선정 및 평가 과정 등 어디에서도 인보사 주성분 문제는 불거지지 않았다.
“티슈진-C(인보사 개발명)는 세계 최초로 타인의 연골세포에 세포 재생을 돕는 유전자를 삽입해 세포 유전자 치료를 가능케 한 바이오텍 기술이 집대성된 치료제이다. 투여된 세포가 손상 연골 부위에 정착해 연골을 재생시킬 수 있는, 수술이 필요없는 획기적인 치료제이다.”
2006년 12월 인보사가 1상 임상시험 승인을 받자 산업부가 내놓은 보도자료다. 1상에선 주로 투약 안전성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진다. 임상시험에서 ‘연골 재생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는데, 정부가 ‘획기적 치료제’라고 홍보한 셈이다. 2017년 4월 열린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산하 ‘세포유전자치료제 소분과 위원회’에서도 이러한 점이 고려돼 허가 결정이 나오지 않았다.
두달 뒤 정반대 결론이 나온다. 식약처는 “인보사 3상 임상시험 계획은 통증 완화 효과 검증이었는데, 연골 재생 효과가 없다는 이유로 판매 불허 결정이 나자 코오롱이 이의를 제기했다. 타당한 면이 있다고 보아, 의견이 엇갈린 위원을 모아 다시 회의를 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 신약 개발자는 “임상시험 평가 과정에서 통증 완화 효과가 왜 일어났는지, 연골 재생 효과가 없다면 형질전환 연골세포는 어떤 구실을 한 것인지 등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신약을 개발하는 기업은 ‘합리적 의심’을 넘어서야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한다. 2017년 7월 인보사 허가 이후 3707건(임상 제외)의 투여가 이루어졌다. 정확히 몇명이 인보사를 맞았는지 아직 모른다. 신장유래세포를, 신장유래세포인지도 모르고 수천명에게 주입한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인보사 주성분 세포가 정말 존재하긴 한 건지 아직 알 수 없다. 시민 건강을 지킬 공적 기관의 ‘합리적 의심’ 또한 존재하긴 했을까. 용기있는 누군가의 내부고발이 절실한 때다.
박현정
사회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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