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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시론] 연금특위의 세가지 한계 / 오건호

등록 2019-09-09 17:33수정 2019-09-10 14:57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하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특별위원회’(연금특위)가 다수안을 포함해 3개의 복수안을 발표하며 활동을 마무리했다. 합의안이 없는데다 곧 총선 국면이어서 국회에서 논의가 이어질지 불투명하다. 아마도 내년에 새 국회가 바통을 이어받고 연금 주제의 성격을 고려해 다시 사회적 기구를 가동할 가능성이 높다.

다음에는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정말 사회적 대화로 열매를 맺고 싶다면 이번 연금특위의 사례를 냉엄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여기에는 현재 연금개혁을 대하는 우리의 안이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첫째, 연금특위의 구성과 운영이 그다지 사회적 대화에 부합하지 않았다.

위원장과 당연직 정부위원을 제외하고 노동계, 사용자, 비사업장가입자, 청년, 공익을 대표하는 13명이 위원으로 선정됐다. 이 13명 중에서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주창하는 특정 연대기구에 속한 단체의 대표자와 여기서 직책을 맡고 있는 교수가 총 8명이다. 우리나라 연금개혁 토론에서 같은 연금제도를 두고 상이한 진단이 제출되고 각 집단과 계층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한쪽으로 쏠린 위원회 구성이다.

위원회 운영도 ‘사회적’이지 못했다. 연금특위는 발족 보도자료에서 “계층(청년, 자영업 등) 및 지역별 간담회, 전문가 워크숍,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국민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라 밝혔지만 실행된 건 전문가 워크숍 1회뿐이다. 시민들에게 활동을 전하는 보도자료도 발족과 기간 연장 알림을 합해 두번이 전부다.

사회적 대화는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국정 운영 방식이다. 어떤 구상이었길래 이 복잡하고 어려운 주제를 6개월에 끝낼 수 있다고 판단했는가? 위원회 구성은 어떤 절차로 진행되었고 왜 시민들과 소통하는 과정은 빠졌는가? 이는 결과의 정당성과 관련되기에 꼼꼼히 평가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둘째, 연금개혁의 시야가 제한적이었다.

위원회 명칭이 ‘국민연금 개혁’으로 시작하듯이 논의가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물론 시민들이 국민연금에 가장 관심이 많지만, 현행 연금체계를 고려하면 균형있는 접근은 아니다. 2007년까지 일반 시민에게 법정 연금은 국민연금 하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후 기초연금이 도입되어 기초/국민 이층체계가 되었으며, 퇴직연금도 점차 확대되면서 삼층체계를 향해 가고 있다. 서구 나라들도 여러 연금을 조합해 다층체계를 구축한다. 하나의 제도만으로 모든 계층의 노후소득보장을 구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국민연금도 그렇다. 국민연금은 노동시장의 격차를 반영하기에 연금액이 계층별로 다르다. 연금특위 다수안처럼 소득대체율이 40%에서 45%로 오르더라도 하위계층의 인상액은 2만~7만원에 그친다. 게다가 국민연금이 소득재분배 제도로 설계되었지만 낮은 보험료율과 가입기간 차이로 인해 실제 순혜택에서는 역진적이라는 논란까지 존재한다. 국민연금에 집중하는 시야로는 종합적인 연금개혁안을 설계하기 어려운 이유다.

셋째, 우리 세대의 무책임이 거듭 드러났다.

정부가 발표한 4개의 복수안, 연금특위가 내놓은 3개 안 모두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현행 국민연금의 재정불균형을 방치한다. ‘더 내고 더 받는’ 방안도 제안했다지만 추가 소득대체율만큼 보험료를 더 내는 내용이어서 정작 연금개혁 논의를 촉발한 재정불안정 문제는 사실상 그대로 놔둔다. ‘나중에 받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은 미래 국민연금재정을 튼튼히 하는 조치여야 하건만 정부와 연금특위는 ‘지급보장의 법적 명문화’로 이를 대신한다.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우리나라의 ‘독특한’ 세대간 연대 방식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국민연금법에 의해 정부는 국민연금의 재정수지를 계산하고 장기적으로 재정균형을 도모하는 개혁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제출한 4개 복수안 모두 현재 재정불균형을 방치하고, 사회적 대화라며 연금특위를 운영했으나 이 역시 형식에만 급급했다. 애초 정부에 연금개혁 의지가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연금개혁은 회피할 수 없는 우리의 숙제다. 앞으로는 시민과 국회의 몫일 듯하다. 사회적 대화, 다시 제대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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