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통일통합연구원 교수 과거 담배에 관해 남과 북에서 가지고 있던 공통된 인식이 있다. 담배가 사람 몸에 해롭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지만 사회활동을 하다보면 가까이하게 되기 쉽다는 것이다. 나는 이런 측면에서 담배를 통해 공유되는 문화는 한국적이라기보다는 한반도적인 것이라고 여겨왔다. 그런데도 남북이 최근까지 서로를 비난하는 수단으로 담배를 활용했다는 점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남쪽에서는 북한의 흡연율과 저발전의 상관성을 거론하며 사회주의 국가의 가난을 부각시켰고, 북쪽에서는 남한의 알코올중독과 함께 청소년 흡연 문제 등을 묶어 자본주의의 타락을 강조했다. 흥미로운 것은 남북 모두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연 운동이나 캠페인은 비슷한 시기에 전개됐다는 점이다. 물론 남북한의 체제나 사회적 환경이 같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 조건을 내건 영향의 효과는 동일하지는 않지만, 남북이 느끼고 있는 담배에 대한 폐해나 심각성은 일견 비슷하다. 북한에서 금연 바람은 2000년대 초반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년의 시도 끝에 담배를 끊으면서 시작됐다. 김 위원장은 당시 ‘21세기 3대 바보’로 컴맹, 음치와 함께 흡연자를 꼽았다. 얼마 후 곳곳에 “담배는 심장을 겨눈 총과 같다”는 식의 포스터가 내걸렸다. 그때는 컴퓨터나 노래방 기기가 거의 없을 때라서 금연 달성이 제일 쉬울 것 같았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이후로도 전국적으로 화면반주음악실(노래방)이 들어서고 학교에서는 컴퓨터 교육이 필수로 지정돼 “컴퓨터 활용”이 구호로 떠오르는 동안에, 금연 운동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계속 진행됐다. 물론 어느 정도 진전은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북한 남성의 흡연율은 2006년 54.8%에서 2014년에 43.9%, 이어 2016년에 37.3%로 줄었다. 북한 여성의 흡연율은 0%다. 비슷한 시기인 2017년 기준으로 남한 남성은 38.1%, 여성은 6%다.(세계보건기구 자료) 북한의 보고를 근거로 작성된 자료라서 통계의 신뢰도에 문제 제기도 있긴 하지만, 북한은 금연을 강화하기 위해 2005년 ‘담배통제법’을 제정한 데 이어 2016년에는 이 법을 개정해 담배 통제와 금연 운동이 정부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금연을 위해 담뱃값을 올리거나 담뱃갑에 무섭고 끔찍한 경고 그림을 넣는 등 온갖 캠페인을 벌이는 남한 현실에 비춰볼 때 무턱대고 이런 노력을 깎아내릴 건 아니다. 북한에서 금연 운동의 효과는 당국의 강력한 통제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금연에 성공했다고 한 김정일 위원장도 사망 직전까지 다시 담배를 피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선중앙 텔레비전>이나 <노동신문>을 통해 그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이 심심찮게 노출됐다. 과거 최고의 뇌물로 평가받던 담배가 스트레스나 심적 부담을 해소하는 통로로 용도가 바뀐 점도 금연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담배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건강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담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된 것은 최근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흡연율이 거의 제로인 북한 여성들이 사회 진출로 발언권이 커지면서 금연 분위기에 한몫하고 있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과거와 달리 북한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흡연을 질책하고 담배의 유해성을 지적하고 나서자, 남성들이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북한 당국도 이런 추세를 적극 활용해 ‘담배를 피우는 이 나라 아이들에게 전하는 어머니들의 호소’와 같은 금연 홍보에 나서고 있다. 경색됐던 남-북-미 관계가 다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그동안은 상대의 담배와 술 문화까지도 분단을 고착화하는 데 이용했다면, 앞으로는 한반도 전체의 건강 증진이라는 목표 아래 협력을 모색해볼 수 있지 않을까. 이를테면 금연을 위한 상호 프로그램의 정보와 자료 교환, 흡연 예방을 위한 보조제 사업의 협력과 지원을 시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건강 증진을 위한 보건사업의 공동 추진은 남북 협력의 또 다른 접근 방식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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