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감정을 읽어내는 기계 / 구본권

등록 2019-12-17 17:09수정 2019-12-18 02:36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처럼 사람 마음은 신비로운 영역이다. 얼굴 인식, 표정 감지, 음성 인식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통해 사람 감정을 탐지하는 기술과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광고 마케팅, 채용 인터뷰, 범죄 수사, 보험료 책정 등에 이미 활용되고 있다.

‘옥시전 포렌식’은 미국 경찰이 쓰는 감정 탐지 소프트웨어로, 분노·불안·스트레스 같은 감정을 탐지하는 기술은 대규모 수사에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준다. ‘하이어뷰’는 비디오 분석기술로 수많은 지원자들 중에서 채용 인터뷰를 진행할 대상을 압축해준다. 지원자의 미세한 표정에서 감정적 동요를 포착하는 알고리즘을 사용하는데, 업체 쪽은 심사자의 편견을 제거해 많은 입사지원자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는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코기토’는 음성 감지 기능을 통해 콜센터 직원들이 어려움에 처한 상담 고객들을 발견해 도움을 제공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감정 탐지 기술은 1970년대부터 사람 표정을 분석·연구해온 심리학자 폴 에크먼이 개발한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는데 최근 각종 센서와 인공지능, 서비스 수요가 결합하면서 효과가 커지고 있다. 운전자의 흥분 상태나 졸음을 감지하면 도로 안전도가 개선되고, 학습자의 표정과 시선을 분석하면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소셜로봇, 음성비서, 휴머노이드로봇은 사람 감정 읽는 능력이 성패의 관건이다. 감정 탐지 기술은 매출 증대, 서비스 만족도 제고, 치안 강화의 핵심도구로 주목받으며 시장 규모가 2조원대로 커졌다. 사람보다 기계가 사람 마음을 더 잘 읽을 날이 멀지 않았다.

미국 뉴욕대의 ‘에이아이 나우(AI Now) 연구소’는 최근 ‘2019 인공지능 보고서’를 발표하고 확산 중인 감정 탐지 기술을 금지하는 게 시급하다고 요청했다. 사람 감정은 표정에 나타나도 문화·상황에 따라 다르고 수시로 변화하기 때문에 수량화가 불가능한데 이를 알고리즘화하려는 시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재앙이 될 수 있다며 얼굴 인식 기술을 금지해야 한다는 기술업계의 요구에 이은 또 하나의 기술개발 금지 요청이다. 고삐가 필요한 기술 개발 목록에 ‘감정 탐지’가 추가됐다.

구본권 미래팀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